제200화
송가빈은 순간 얼어붙었다.
정찬수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더니 그 눈에 반가움 대신 놀람과 당혹만 가득한 걸 확인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또 속아? 참 잘 속네. 이런 것도 믿고.”
그제야 송가빈은 안도하듯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요. 그 큰 옷장에 내 물건도 다 못 채우는데 정 변호사님이 어떻게 나랑 관련된 걸 그렇게 많이 넣어뒀겠어요.”
정찬수가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송가빈.”
“네?”
“이제 우리 진짜로 이혼하러 가는 거야.”
송가빈이 곧바로 바로 잡았다.
“가긴 가는데, 정 변호사님이랑 하는 게 아니라 박 대표를 대신해서 ‘나랑’ 이혼하러 가는 거라고요.”
그의 두 손이 핸들을 쥔 채로 잠깐 힘을 주었다.
“맞아.”
“서류는 전부 챙겼겠죠?”
정찬수가 앞만 보며 되물었다.
“넌? 다 챙겼어?”
“당연하죠.”
“그럼 됐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가정법원 앞에 도착했다.
송가빈은 차량 화면의 시간을 힐끗 봤다. 8시 53분. 아직 7분 남았다.
정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현관 옆에 붙은 작은 포스터에 멈췄다.
[이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봤나요?]
송가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결혼은 그렇게 쉽게 하게 해놓고 이혼은 온갖 절차로 막는다니. 이게 무슨 경우람.’
그때 정찬수가 말을 꺼냈다.
“오늘 유난히 이혼하러 온 사람이 많은 것 같네.”
송가빈이 갑자기 흥미가 동했다.
“예전에도 이혼 사건 많이 처리했어요?”
“응. 우리 큰형, 큰형수도 내가 처리했고 둘째 형, 형수도 곧 할 거야.”
송가빈이 소리 내 웃었다.
“혹시 집안에 무슨 저주라도 걸린 거 아니에요? 결혼하면 무조건 이혼하는 그런 거요. 지난번에 나더러 정 변호사님이랑 결혼하면 박 대표의 집착을 피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정말 그 말 믿었으면 삼 형제 전부 이혼남 될 뻔했잖아요.”
정찬수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꼭 그렇진 않아.”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가볍게 헛기침하고 말을 이었다.
“너랑 박동진도 한때 사랑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갈라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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