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화
송가빈은 애초에 1년만 버티고 나면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었고 단 하루도 더는 지체할 마음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정찬수가 계속 추궁할까 봐 은근히 겁이 났는데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금세 도착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나왔고 문을 열자마자 덩치 큰 저먼 셰퍼드들이 혀를 길게 내밀며 달려와 덮쳤다.
정찬수의 젖은 검은색 수트 위로 곧장 큼지막한 발자국들이 찍혔고 그는 속이 답답해 있었던 터라 대충 개들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성가신 듯 말했다.
“엄마한테 가.”
주인에게 퇴짜 맞은 개들은 곧바로 대체재를 찾았고 전속력으로 송가빈에게 돌진했다.
“꺄악!”
송가빈은 거의 바닥에 나동그라질 뻔했지만 다행히 녀석들이 생각보다 눈치가 있었다. 새 엄마는 아빠만큼 튼튼하지 않다는 걸 아는지, 대충 뛰어오르다가 말고 그만두더니 이번엔 꼬리를 흔들며 그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송가빈은 정찬수가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샤워하는 소리나 듣고 있으라는 건가? 그렇다고 뭐, 어쩌겠는가. 이미 온 이상 앉아 있는 수밖에.
게다가 한동안 이 개들도 못 봤는데 웃는 얼굴에 차마 손길을 거둘 수도 없었다. 그녀는 밥을 챙겨주고 물도 갈아주고 통조림 몇 개까지 따서 나눠주었다. 그리고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여전히 이어지자 그중 한 녀석을 품에 안아 빗질까지 시작했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며 정찬수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송가빈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품에 그녀보다 더 커 보이는 셰퍼드 한 마리가 얌전히 파묻혀 있었다.
그 셰퍼드가 머리를 그녀의 허벅지에 툭 얹은 채 눈을 감고 빗질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순해 보였다.
또 다른 두 마리가 송가빈의 양옆에 바짝 붙어 엎드려 있는데 꼭 ‘좌청룡, 우백호’처럼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 같았다.
세 마리 덩치 큰 개에게 둘러싸여 있다 보니 송가빈의 가느다란 목선과 갸름한 얼굴만 겨우 드러났는데 그 모습은 의외로 눈을 뗄 수 없게 아름다웠다.
정찬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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