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화
박동진은 오랫동안 친구였던 정찬수를 말없이 바라봤다.
박동진은 정찬수를 세상사에 무심하고, 제멋대로인 데다가 남들과는 다른 길을 고집하는 부잣집 도련님으로만 생각했다.
잘나가는 집안의 자식이면서 괜히 고생스럽게 법을 공부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남자는 달랐다.
넓은 어깨에 날카로운 눈빛을 소유하고 있었다.
허술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거친 야성미가 느껴졌다.
정찬수는 자세를 고쳐 앉고는 말했다.
“할 얘기 있다며? 어디 한 번 해봐.”
박동진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송가빈은 멀리 가 있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그녀가 셰퍼드들과 함께 잔디 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툭, 툭.
정찬수가 테이블을 두드렸다.
“연회장 얘기를 하러 온 거 아니었어? 왜, 정원이 마음에 들어 생각을 바꿨나 봐?”
박동진은 아쉬운 듯 시선을 거두고는 표정을 굳혔다.
“가빈이가 결국 널 받아줄 거라고 그렇게 확신해?”
“그건 모르는 일이지.”
정찬수가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가빈이는 지금 내 곁에 있잖아. 혼인신고도 나랑 했고. 오히려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차라리 수연 씨랑 빨리 결혼해 버려. 그래야 네가 더는 집착하지 않는다고 믿고는 나와도 거리를 두겠지?”
그 말을 할 때, 정찬수의 눈에는 어딘가 장난스러운 웃음이 섞여 있었다.
요즘 박재명과 강영란은 임수연을 며느리로 삼을 마음이 확실해진 듯했다.
어디를 가든 그녀를 데리고 나와 얼굴을 알렸으니 말이다.
기자를 만나면 늘 착한 며느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곧 손주를 안겨줄 거라는 기대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세상에서 며느리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시부모님처럼 행동했다.
임수연은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박재명과 강영란이 뭐라고 하든, 그녀는 늘 얌전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 분이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임수연의 입지가 날로 확대되고 있었다.
이는 박동진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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