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샤널이야?”
박동진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아니꼽게 말했다.
“그러니 발이 아프지. 제대로 된 신발을 좀 사. 고작 짝퉁 하나 신고 다니니 이렇게 아프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누군가가 박동진을 불렀다.
“동진아.”
혼자 술집에 도착한 정찬수는 박동진 옆자리에 털썩 앉더니 친한 형제처럼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너 때문에 내가 우리 자기랑 데이트하는 것도 포기하고 나온 거다? 오늘 너 최소 석 잔은 나한테 따라야 해.”
박동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수씨는?”
“아, 그분은 너무 낯을 가려서 다음에 보자.”
박동진은 그 말을 듣고 슬쩍 웃었지만 웃음 속에는 선명한 독기가 들어 있었다.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사람 자체가 없는 거 아니야?”
정찬수는 술잔을 들고 있다가 살짝 멈칫했다.
“무슨 말이야?”
박동진은 바닥에 놓여 있던 검은 하이힐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재밌는 걸 하나 발견했어.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너랑 제수씨를 마주쳤을 때, 그 여자가 신은 하이힐이 우리 가빈이 신은 거랑 완전 똑같더라고.”
정찬수는 시치미를 뚝 떼고 술을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그게 뭐 어때서? 여자 하이힐 스타일이야 몇 개나 되겠어. 우연히 겹쳤겠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정찬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송가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송가빈 씨, 저랑 한잔하실래요?”
그러자 송가빈은 역겨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꺼지세요.”
정찬수는 다시 머리를 돌려 박동진을 보며 말했다.
“봤지? 이분은 나랑 술 한 잔도 안 마시려고 하잖아. 네 말대로라면 내 품에 안겨 있었을 텐데? 이 여자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잖아. 진작에 내 면상에 주먹을 날렸겠지.”
정찬수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술을 마셨다.
잠시 고민하던 박동진은 정찬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조금 전 송가빈이 보였던 혐오가 가득한 태도는 연기가 아니었고 정찬수도 등장 이후 내내 송가빈 쪽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박동진이 괜한 의심을 한 모양이었다.
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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