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
정찬수는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송가빈을 힐끗 보았다.
“우리 이제 어디 가는 거죠?”
“박씨 가문이요.”
“어느 주소로 가는 건데요?”
“본가로 가 주세요.”
박재명과 강영란을 찾으러 가겠다는 뜻이다.
정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차가 멈추자 송가빈은 바로 차에서 내려 미친 듯이 초인종을 눌렀고 곧 도우미가 문을 열었다.
“사모님? 왜 이 늦은 시간에 오셨어요? 두 분은 이미 주무셨으니 내일 다시 오시는 게 좋겠어요.”
송가빈은 도우미를 옆으로 밀면서 곧장 박재명의 서재로 들어가 그가 가장 아끼는 서화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뒤따라온 도우미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나! 사모님, 왜 이러세요? 이건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대가의 작품이에요!”
“가장 아낀다고요?”
송가빈은 코웃음을 쳤다.
“다른 사람이 가장 아끼는 걸 망가뜨렸으니 본인도 그게 어떤 느낌인지 느껴봐야죠.”
말을 마친 송가빈은 정찬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 변호사님, 라이터 있어요?”
“네.”
정찬수는 라이터를 그녀에게 건네며 팔짱을 끼고 옆에서 구경했다. 송가빈은 모란도에 불을 붙인 뒤 박재명이 서화를 보관하는 캐비닛에 던져 넣었다.
도우미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사모님, 멈추세요! 불이야! 불이 났어요! 얼른 와서 같이 불을 꺼요!”
송가빈은 창문을 열어 밖의 바람이 들어오게 했고 불길은 즉시 더 커졌다. 곧 캐비닛에 보관된 모든 서화에 불이 붙었다.
도우미가 막으려 했지만 정찬수가 말렸다.
“아줌마, 불길이 이미 커져서 뛰어들지 않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본인이 다칠 수도 있어요.”
오 아주머니는 여기도 도우미로 오래 일했기에 정찬수도 알고 있었다.
“찬수 도련님! 여기 계셨군요! 얼른 도련님한테 전화해서 사모님을 좀 말리라고 하세요!”
“그쪽 도련님은 가빈 씨를 말릴 수 없을 걸요?”
정찬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가빈 씨는 제가 데려온 거거든요.”
오 아주머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찬수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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