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3장 아들

임영철이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 건 확실해. 그 일이 터졌을 때 아들은 고작 3살, 딸은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됐지.” 한수호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아들도 있었어요?” “있었지. 고준석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다고 한 건 고씨 가문에 그런 일이 생기고 그 아들이 혼자 집 앞에서 놀다가 유괴범에게 납치를 당한 거야. 그때 나도 찾는 걸 도왔지만 끝내 찾지는 못했어. 불행한 일은 꼭 한꺼번에 터지더라고. 엎친 데 덮친 격이지.” 임영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수호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딸은요?” “고준석이 죽고 그 와이프는 작은 딸을 안고 강으로 뛰어들었어.” 안승원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투신자살했다고요?” “그래. 고준석 와이프의 시신은 강에서 한 달을 떠다니다 발견됐어. 그 뒤처리도 다 내가 한 거야.” 한수호가 물었다. “그러면 딸은요?” “딸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어. 고기떼들이 먹었거나 아니면 강 깊숙한 곳에 들어가 바위틈에 끼었거나 둘 중 하나지. 엄청 작았거든.” “...” 한수호가 미간을 주물렀다. 앞에 놓인 찻잔에서 피어오른 김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마치 종래로 피어오른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임영철이 혀를 끌끌 찼다. “여자는 원래도 마음이 여리잖아. 딸이 죽었지 아들은 잃어버렸지, 혼자서 그렇게 큰일을 감당하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러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만 거야. 아니면 가족도 아닌 내가 고준석의 관을 들어줄 필요도 없었겠지.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나 몰라라 하긴 마음이 아프더라고.” 안승원이 부드럽게 말했다. “대표님도 선한 분이라 그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돌부처라고 칭송하는 거 아니겠어요?” 임영철이 그런 이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손을 흔들더니 한수호에게 말했다. “일단 다른 집 일은 신경 꺼. 어제 너희 아버지랑 같이 낚시하다 들었는데 너희 ‘언니’를 집으로 데려올 생각인 것 같았어.” 한수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예 이 일을 신경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