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8장 임정우
“...”
이서아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구름이 태양을 가려 도시가 전체적으로 흐릿해 보였다. 먼 곳 어딘가에서 비가 내리는지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풀 냄새와 솔향을 풍겨와 이서아의 코끝을 가득 메웠다.
남자는 2, 3미터 밖에 서 있었다. 189센티라는 큰 키는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서아는 이 남자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고 있었기에 눈길이 한번 그쪽으로 쏠리자 더는 뗄 수가 없었다.
남자는 숄 카라 브라운 슈트를 입고 있었다. 이런 슈트는 캐쥬얼하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았고 너무 힘을 준 듯한 압박감도 없었다. 허리춤에 설계된 하나뿐인 단추를 잠구자 허리라인을 돋보여 주면서도 어깨가 더 넓어 보이게 했다.
안에 받쳐입은 셔츠는 무슨 핏인지 모르지만 노말한 디자인은 아닌 것 같았다. 오른쪽 옷깃이 왼쪽 옷깃을 덮고 있었고 한복처럼 교차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옷깃은 있었지만 단추가 없었고 살짝 헤쳐진 사이로 목젖과 쇄골이 보였다.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걸 보고 이서아는 한수호가 생각났다. 하지만 남자는 한수호보다 더 말라 있었다.
남자의 몸 곳곳에 ‘미남’감이 흘러넘쳤다. 얼굴 윤곽은 입체적이면서도 남자다웠고 콧대가 높은 반면에 눈구멍은 패어 들어가 있어 전체적으로 차갑고 도도한 인상을 주었다.
전에 북송이 시인 유영이 쓴 [죽마자]를 읽은 적이 있었다. 낙엽에 놀란 매미가 가을의 한기를 몰고 온다는 내용이었다.
임정우가 떠날 때도 늦여름 초가을이었다. 그러다 10년 후 늦겨울 초봄에 다시 돌아왔다.
“...”
최근에 만난 게 어젯밤인데 오늘 아침에 또 만나자 이서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임정우가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우드 향이 차분하면서도 따듯했다. 이서아는 그때 임씨 가문 요트에서 눈을 가린 채 누군지 모를 신비한 사람과 같이 춤을 췄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상대의 얼굴은 볼 수 없었고 몸에서 나는 잔잔한 우드 향만 맡았다. 이서아는 임정우라고 예상했지만 눈을 가렸던 천을 풀자 눈앞에 나타난 건 신강인이었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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