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8장 지겨워진 것뿐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이서아는 필사적으로 몸을 뒤로 피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꺼져!” “꺼져! 꺼지라고!”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는 부패한 쓰레기보다 더 역겨워 그녀를 구역질 나게 만들었다. 이서아는 그의 입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절규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하! 소리쳐 봐! 목이 터져라 외쳐도 아무도 널 구하러 오지 않아!” 남자는 그녀의 저항에 오히려 흥분하며 옷을 잡아 뜯었다. 하얀 피부가 드러나자 남자의 짐승 같은 본능이 더욱 폭발했다. 이서아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지만 두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었고 두 다리도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녀의 저항은 지렁이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절망의 기운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이 순간은 3년 전 비 오는 밤 이후, 이서아가 겪은 가장 어두운 순간이었다. 그때는 한수호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를 구해주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수호도 없었다. 한수호의 이름을 떠올리자 이서아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최근 그녀는 계속해서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고 있었다. 왜 한수호는 갑자기 이서아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일까? 왜 더 이상 함께 외출하지 않고 왜 그녀를 점점 덜 쳐다보는 걸까? 왜 점점 그녀와 거리를 두는 걸까? 이서아는 원래 바쁜 일이 끝나면 그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이었다. ‘혹시 내가 지겨워졌나? 혹시 헤어지려고 그러는 건가?’ ... 아니, 그들은 애초에 연인도 아니었으니 헤어진다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았다. 이서아는 그저 한수호의 도구에 불과했고 그는 단지 그녀가 지겨워진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물어보고 싶었다. 한수호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다. 그들은 3년을 함께했지만 아무도 그들의 관계를 알지 못했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시작도 불분명했으니 끝마침만큼은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이서아는 더 이상 한수호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이제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아니, 안 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