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9장 유산

손전등이 방안을 밝히자 바닥에 쓰러진 류홍민과 밧줄을 풀고 있는 이서아가 보였다. 한 남자가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곧바로 또 한 말이 이어졌다. “잡아라!” 이서아는 달려드는 한 남자를 재빨리 피하며 바닥에 있던 모래를 한 움큼 집어 그의 얼굴에 뿌렸다. 남자는 눈을 감싸 쥐었고 이서아는 곧장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멍청하게 뭐 하고 있어! 어서 잡아!” 남자의 고함 소리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남자가 이서아에게 달려들었다. 창문 위로 발을 디딘 순간, 이서아는 그들이 손을 뻗기 전에 몸을 던졌다. 벽 옆에 있는 모래더미를 보고 그곳에 착지하려 했지만 너무 급히 뛰어내리다 보니 각도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모래더미의 경사면에 떨어졌고 굴러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그 순간 몸 전체가 아픈 게 마치 206개의 뼈가 모두 부서진 것 같았다. 어디가 더 아픈지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곧 그들이 쫓아올 것이 분명했다. 이서아는 통증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일어나 다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밤이 깊어졌지만 어둠은 그녀에게 최고의 은신처가 되어주었다. 이서아는 빛 하나 없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필사적으로 앞으로 뛰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이 언제 쫓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전속력으로 달리자 폐가 쉴 틈 없이 공기를 빨아들였고 목구멍에서는 쇠 맛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애써 참아내던 이서아의 눈에 그때 불이 켜진 집 한 채가 보였다. ‘주민들이 사는 집인가?’ 그녀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집의 문은 닫혀 있었다. 뒤를 한번 돌아보니 아직 인신매매범들이 따라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집 안에서 금세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이서아는 이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제발...” 곧 문이 조금 열렸고 중년 여성이 창백한 얼굴로 온몸이 엉망인 이서아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이서아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