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1장 약물 성분

결혼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해갈 동안 권소혜는 마침 화장실에 있었고 나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다. 하은영과 조인영은 하객들을 내보내고 다친 하객은 병원으로 보내 치료받을 수 있게 해줬다. 권소혜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얼른 그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된 거예요?” 하은영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권 변호사님, 오늘 결혼식은 무산된 것 같네요. 안 다쳤으면 일단 먼저 자리를 떠나주세요. 중대한 사안이니 일단 비밀로 해주시고 스타 그룹과 한씨 가문의 공식적인 공지를 참조해 주세요.” “결혼식이 무산되었다고요? 그러면 서아 씨는요? 어디 갔어요?” “한 대표님께서 사모님 잘 챙기고 계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권소혜는 일단 먼저 현장을 빠져나왔다. 권소혜도 바보는 아니니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보고 무조건 큰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서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 김하나에게 같이 이서아를 찾으러 가자고 연락하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한 통 걸려 와 어쩔 수 없이 백미러로 후방을 주시하며 길가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걸어온 전화였다. “소혜야. 전에 네가 감정 의뢰했던 약물 결과 나왔어. 네가 와서 가져갈래, 아니면 내가 내일 연차 내고 가져다줄까?” 친구의 말투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권소혜는 눈앞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호흡이 점차 차분해지더니 입술을 앙다물었다.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 “그래. 기다릴게.” 권소혜가 전화를 끊고 코너에서 유턴하더니 실험실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갓 지났지만 하늘은 아직 우중충했고 곧 큰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실험실로 도착해보니 친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여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결과는 어때?” 친구는 검사 결과를 권소혜에게 건네줬다. “그 약에 피임 성분이 없는 건 맞아.” 권소혜는 보고서에 눈길도 주지 않고 친구만 주시했다. “피임약이 아니면 임신에 유리한 약이라는 거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