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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유아람은 홍서윤의 차가운 표정을 못 본 척 여전히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태준 씨 할머니의 생신이야. 너도 최씨 가문에서 십몇 년을 살았으니 당연히 참석해야지.” 홍서윤은 날짜를 세어 보니 정말 내일이 맞았다. 최씨 가문의 어르신 김현숙은 그 집안에서 유일하게 홍서윤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이었다. 유아람이 말하지 않아도 홍서윤은 직접 찾아뵐 생각이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할 말 다 했으면 가줄래요?” 말을 마치자마자 홍서윤은 기다릴 것도 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문짝이 코앞에서 ‘쾅’ 하고 닫히자 유아람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젠장!” 코를 감싸쥐며 분을 삭인 유아람은 내일 있을 일을 떠올리자 그나마 화가 조금 가라앉았고 곧 고개를 치켜들고 돌아섰다. 홍서윤은 간단히 씻고 나와 선물을 고르러 갔다. 김현숙이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둘러본 끝에 적당한 향 제품을 골랐다. 다음 날. 홍서윤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들고 최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경서시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답게 입구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재계 인사들, 정계 인물들, 기자들까지 줄줄이 몰려 있었다. 홍서윤은 사람들 사이를 피해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고 어르신 방 앞에 이르기도 전에 문이 먼저 열리더니 유아람이 가로막고 서 있었다. “서윤아, 왔구나.” 입구를 막아선 유아람은 미소를 지은 채 홍서윤을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슬쩍 뒤로 문을 닫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서윤아, 할머니가 요 몇 년 동안 네가 끓여줬던 삼계탕을 그렇게 찾으셨거든. 다른 사람이 하면 그 맛이 안 난다고 하시더라고. 이번 기회에 나 좀 가르쳐주면 안 돼?” 홍서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아람에게 삼계탕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직접 김현숙에게 해줄 생각이었다. 둘은 곧장 주방으로 갔다. 얼마 안 돼 다른 사람들은 눈치껏 빠져나갔고 넓은 주방에 두 사람만 남았다. 홍서윤은 묵묵히 칼을 잡고 손을 놀렸고 유아람은 옆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마치 진짜 배우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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