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이정희가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부을 기세였는데 유아람이 재빨리 나서서 그녀를 달래며 상황을 수습했다.
그때 연회장 입구 쪽에서 웅성거림이 일었고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쏠렸다. 회색 셔츠에 검은 슬랙스, 깊은 색감의 롱 코트, 정제된 차림새에 예리하게 각 잡힌 이목구비를 갖춘 최태준이었다.
그는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 외모였지만 예전보다 더 매서운 기운이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마치 독수리를 연상케하는, 눈매가 2년 전보다 훨씬 더 깊어졌다.
무표정으로 사람들을 지나쳐 오던 그는 홍서윤을 보자 갑자기 눈빛이 흔들렸다. 홍서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고 표정은 차갑고 담담했다. 그 태도는 바늘처럼 최태준의 가슴을 콕 찔러 들어와 묘하게 쓰라린 통증을 남겼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분노로 번졌다.
‘네가 감히 돌아와?’
최태준은 홍서윤이 두 번 다시 경서시에 발붙이지도, 최씨 가문의 문턱을 넘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걸 보면 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예전의 ‘아저씨’로 인정한다는 거 아닐까 싶었다.
그녀가 인정만 하면 최태준은 지난 일들을 없던 걸로 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태준이 들어오자 유아람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가 홍서윤을 바라보는 눈빛을 봤기 때문이었다. 유아람은 잠깐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가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짓고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자리로 데려왔다.
“우리 다 태준 씨만 기다렸어요. 얼른 앉아요. 곧 케이크 커팅해야 한단 말이에요.”
케이크를 자르고 난 뒤, 유아람이 직접 김현숙에게 삼계탕을 떠줬다.
“할머니, 이거 서윤이가 직접 끓인 거예요. 드셔보세요.”
김현숙은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면서 맛을 보더니 연이어 칭찬하며 몇 그릇이나 비웠다.
홍서윤은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실로 향했다. 그런데 물로 얼굴을 적시고 고개를 들자 거울 속에 차갑고 날 선 최태준의 얼굴이 비쳤다.
거울을 통해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쳤고 홍서윤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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