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뙤약볕이 내리쬐는데도 홍서윤은 오히려 한기가 스며드는 걸 느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여기 계신 줄 몰랐네요. 아무도 없는 줄 알았거든요.”
사내는 입으로는 사과하면서도 누구보다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상황을 눈치챈 홍서윤은 입꼬리를 차갑게 씩 올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그 두 사람이 단순하게 무릎 꿇고 있게 할 리가 없지. 진작 이런 계략을 준비해놓은 거야.’
그녀가 반응하지 않자 사내의 웃음은 더욱 사악해졌다.
이번에 그는 돌아가더니 물뿌리개 호스를 들고 2층 계단 위로 올라가 홍서윤 쪽을 향해 스위치를 틀었다.
갑자기 빗줄기 같은 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다른 곳은 여전히 햇살이 쨍쨍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아까 그 사내가 호스를 들고 자신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는 게 보였다.
홍서윤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입술은 새하얗게 질렸고 두 다리는 마비돼 감각조차 사라졌다.
밤이 되어 그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호스가 치워진 걸 보고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다.
하지만 막 나서려던 순간, 누군가가 등을 세게 밀쳤고 눈앞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돌진해 왔다.
다리가 마비돼 일어설 수도 없었다.
홍서윤은 차가 자신을 그대로 덮칠 거라 생각하며 눈을 꼭 감았다. 곧 온몸을 덮칠 고통을 기다리며 말이다.
곧 귀를 찢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났다 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은 오지 않았다.
겁이 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 그녀는 숨을 멈춘 채 한참을 버티다 천천히 눈을 떴다.
차체가 자신 앞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그동안 억지로 강한 척하던 모습이 산산이 부서졌다. 눈이 커다래지며 멍하니 뜬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차에서 내린 이는 아름다운 기품이 흐르는 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몸을 낮춰 무릎을 꿇고 홍서윤을 부드럽게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
홍서윤은 고개를 떨군 채 있었다.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따뜻했다.
너무도 따스해 입술이 덜컥 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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