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임예진이 신전 프로젝트를 홍서윤에게 맡긴 뒤, 그녀는 며칠 내내 그 일로 바쁘게 지냈다. 회사에서 나오니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
간단히 음식을 포장해 들고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 멀리서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차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성주원이 그 옆에 서 있었다. 키 큰 체구에 단단한 어깨, 고급스러운 정장이 그의 곧은 몸선을 따라붙어 있었다.
‘오늘은 꽤 격식 있게 차려입으셨네?’
올블랙 슈트에 연회색 셔츠를 매치했는데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새가 그의 침착한 기품을 드러내고 있었다.
홍서윤의 시선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눈빛이 잠시 풀리며 그 속에 부드러운 기운이 스쳤다.
예상치 못하게 그가 이곳에 있는 걸 보고 홍서윤의 가슴속 한 구석에 알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다. 마치 남자 친구가 퇴근길에 기다려주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꽤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이 시간에 집에 안 가고, 제 집 앞까지 왜 온 거예요?”
성주원은 그녀의 얼굴을 잠시 살피더니 가볍게 웃었다.
“그냥 지나가다 멈춘 거예요.”
“...”
하루 종일 거의 먹지도 못했던 홍서윤은 허기가 져서 더 얘기할 틈이 없었다.
“그럼 이제 차 빼고 돌아가세요.”
몇 발자국 걸음을 떼기도 전에 성주원이 그녀를 잡아당겨 품 안에 가뒀다. 그러고는 턱을 들어 올리며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알아챘다.
“요즘 뭐 때문에 이렇게 바빠요?”
아마 일이 많았을 것이다.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양성진이 몇 번 찾아 헤맸다던 얘기를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었다.
홍서윤은 숨길 생각이 없어 있는 그대로 말했다.
성주원은 곧바로 디자인센터와 신전 간의 협업을 떠올렸다. 관련 업무는 센터 고위층이 주도했는데 아마 잘 풀리지 않는 듯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홍서윤이 이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일 리 없었다.
그는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구분하는 편이었지만 홍서윤이 중신 그룹 소속이자 디자인센터의 중간 간부라 약간의 조언을 주는 정도는 괜찮았다.
작은 얼굴이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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