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화
부드러운 조명 아래,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팔도 다 낫지 않았는데 이런 일은 아줌마한테 시켜.”
그는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
강세린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발끝을 세우고는 그의 몸에 매달려 달콤하게 속삭였다.
“오빠한테 내가 직접 해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귀여운 고양이처럼 그의 품에서 애교를 부렸다.
“오빠, 얼른 먹어봐요.”
그녀에게 끌려 식탁에 앉은 박재현은 젓가락을 들고 요리를 집어 들었다.
꽤 맛있었던 건지 그는 아무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강세린은 그의 팔을 꽉 끌어안으며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 따뜻한 숨결이 그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오빠, 앞으로 내가 매일 해줄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 결혼할래요?”
젓가락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회사에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그는 일어나서 곧장 서재로 향했다.
서재의 불은 켜지지 않았고 창밖으로 비치는 희미한 달빛만 있었다.
박재현은 넓은 가죽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고성은이 옷자락을 잡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던 모습이었다.
언제나 맑고 단호했던 그 눈빛에 애절함이 가득했다.
그 순간, 마음이 아팠던 건 사실이다.
그녀를 다시 실망시키지 않았다면 오늘 자신에게 그렇게 냉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서툴게 욕실에서 넘어져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 당황한 채 말에서 떨어진 그녀를 그가 몸을 날려 구해줬던 순간, 두 사람이 함께 차가운 강물에 빠졌고 온몸을 떨며 그의 품에 기댄 채 살려달라고 외치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고기를 먹으며 박지수가 춤을 추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의 모습.
그녀는 씨앗처럼 어느새 그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왜 그는 계속 고성은을 밀어내고 고성은을 위해 남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지?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워서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
...
정씨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