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고성은은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 드리운 그녀의 그림자가 그날따라 유독 외로워 보였다.
그때, 검은 차 한 대가 그녀 옆에 멈춰서더니 육정호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여느 때처럼 훤칠했는데 어두운 불빛 때문인지 턱선이 한결 날렵해 보였다.
고성은에게로 다가간 육정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정히 물었다.
“눈은 왜 빨개졌어?”
고성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돌리자 육정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자. 너랑 갈 데가 있어.”
“오늘 네 생일이잖아. 나랑 같이 보내자.”
육정호는 고성은이 당황하는 틈을 타 그녀를 차에 태웠다.
손이 따뜻해서인지 아니면 강한 힘 때문인지 고성은 역시 군말 없이 그의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차는 해청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 앞에 도착했다.
거대한 대관람차가 은은한 빛을 내며 돌아가는 것이 마치 판타지 같기도 했다.
육정호는 고성은의 손을 잡은 채 VIP 통로를 지나 대관람차에 올라탔다.
대관람차가 올라갈수록 해청 시내가 점점 더 한눈에 들어왔는데 화려한 불빛에 둘러싸인 해청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높기도 해서 고성은은 자기도 모르게 땀이 나는 손으로 의자를 꼭 붙잡았다.
고성은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육정호는 한 팔로 그녀를 감싸 안은 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나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서야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거야.”
육정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너무나도 뚜렷했다.
“여기서는 웃어도 되고 울어도 돼.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 돼.”
그 말에 그동안 쌓여왔던 설움이 터져버린 고성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모두 고성은만의 착각이었다.
12년이라는 세월이 남긴 흔적은 역시나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그 상처가 가려지는 게 아니었고 그 마음이 숨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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