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박재현의 행동에 제대로 당황한 정수희는 안방을 향해 소리쳤다.
“아빠! 정인철!”
“집에 도둑 들었어요! 지금 누가 기어 올라오려고 하고 있다고요!”
박재현이 무릎에 힘을 주려던 그때, 저택의 불이 전부 켜지더니 짙은 색 겉옷을 걸친 정인철이 대문 밖으로 유유히 걸어 나왔다.
정인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말 몇 마디에 박재현이 순순히 물러나자 정수희도 적잖이 당황했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박재현이 그냥 가는 거야? 이렇게 한 방에 해결될 걸 나만 괜히 힘 뺐잖아! 뭐... 욕하니까 속이 좀 시원하긴 했지만...’
...
이튿날 아침, 박재현은 9시 반이 되자마자 우진 그룹으로 쳐들어갔다.
곧장 육정호의 사무실로 향한 그는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
“육정호!”
의자에 앉아있던 육정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박재현은 그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퍽!”
그런데 평소 같으면 격투기 자세를 취하며 반격했을 육정호가 가만히 있는 게 조금 의아했다.
“고성은한테서 떨어져. 네가 감히 탐낼 사람이 아니야.”
화가 덜 풀린 박재현이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는데도 육정호는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피만 닦아낼 뿐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박재현이 당황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화난 듯한 고성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해!”
한달음에 육정호에게로 달려간 고성은은 터져버린 그의 입술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종이를 꺼내 조심스레 피를 닦아주었다.
육정호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던 고성은이 박재현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
“여기는 왜 또 온 거야? 여기에 당신 반길 사람 없으니까 당장 나가.”
육정호를 싸고도는 고성은의 모습에 박재현은 점점 더 화가 치밀어올랐다.
“선배, 괜찮아요?”
하지만 육정호는 일부러 박재현의 화를 돋우려고 작정한 건지 계속해서 연약한 척 연기하며 고성은의 동정심을 자아내고 있었다.
“괜찮아. 그냥... 머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아까 두 대나 맞아서 그런 것 같아.”
말투며 표정이며 어쩜 그리 가련한지, 정말 누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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