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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어처구니없는 말에 고성은은 박재현이 자신을 바보로 아나 싶었다. 구구절절 지나친 3년에 대해 사과하며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게 다 오해라니, 고성은은 그저 우습기만 했다. 고성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박재현은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맞아. 그건 다 널 위해 준비한 거였어. 중간에 사고가 좀 생겨서... 그렇게 된 거야.” 고성은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러 말꼬리를 늘렸다. “아, 그런 거였어요? 알겠어요.” “그럼 그 레스토랑도 나 주려고 지은 거예요?” 고성은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박재현은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끄덕여지는 고개에 고성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와 더 얘기하는 건 그저 시간 낭비 같았던 고성은은 허리를 곧게 펴며 귀찮은 듯 그를 내보내려 했다. “잘 들었으니까 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제 그만 나가주실래요?” “제가 아직 할 일이 많아서요.” 자신의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고성은이 아까와 다름없는 태도로 자신을 내쫓으려 하자 박재현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고성은. 너 지금 내 말 안 믿는 거야?” 흥분한 박재현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고성은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갑자기 잡힌 손목이 아파 났지만 고성은은 미간만 찌푸릴 뿐 그를 바로 내치지는 않았다. 고성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박재현은 이유 모를 긴장감 때문에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오랜 침묵 끝에 고성은이 마침내 고개를 들더니 박재현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박재현.”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다음에 강세린이랑 내가 싸울 때 내 편에 서주면 그때 믿을게. 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잖아.” 고성은의 제안에 박재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난 늘 네 편이야.” 강세린과 자신 사이에 남은 건 지난날의 그 자그마한 고마움뿐이었기에 박재현은 고성은의 편을 들어주는 게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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