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육정호의 개인 별장은 성처럼 삼엄한 경비를 자랑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몇 명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꼿꼿이 서 있었다.
그때, 측문에서 한 그림자가 휙 하고 튀어나왔다.
봉준후가 한 소녀를 안은 채, 바람을 가르듯 빠르게 달려 나왔다.
소녀는 얼굴이 새하얗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으며 목덜미에는 선명하고도 끔찍한 붉은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
봉준후는 그 소녀를 미리 대기 중이던 차에 태우고 곧바로 시동을 걸어 번개처럼 튀어 나가 현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2층의 통창 너머, 육정호는 조용히 서 있었다.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육정호는 그제야 무심한 손길로 두꺼운 커튼을 닫았다.
커튼이 닫히는 순간, 육정호의 눈에 뽀얗게 내려앉았던 안개가 말끔하게 사라지고 다시 차갑고 맑은 눈빛으로 되돌아갔다.
육정호의 표정에는 죄책감은커녕, 감정 기복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정적을 가르는 전화벨이 울렸다.
육정호는 휴대폰을 들어 화면에 뜬 이름을 빤히 노려봤다.
그 순간, 육정호의 눈빛 속 차갑던 얼음이 살짝 녹았다.
육정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선배! 성공했어요! 저 해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고성은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고 지친 탓인지 목소리가 살짝 쉬어 있었다.
“이번엔 정말 성공했어요. 아무런 거부 반응도 없었고 완벽하게 해냈거든요.”
육정호의 꼿꼿하던 등이 조금 느슨해졌고 얼어붙은 눈빛도 사르르 녹았으며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축하해, 성은아. 정말 대단해. 지금 당장 회사로 갈게. 오늘은 축하 파티를 열어 제대로 축하하자.”
“아니에요, 선배. 다음에 해요.”
고성은의 목소리는 한껏 지쳐 있었다.
“지금은... 도저히 못 버티겠어요. 실험실에서 3일 밤낮을 붙박이로 있었더니 피곤해 미칠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집에 가서 기절하듯 자고 싶어요.”
“그래. 당장 돌어가서 쉬어. 무리하지 마.”
고성은이 바라는 것이라면 육정호는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
“맞다, 요 며칠 또 두통이 심했죠?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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