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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변호사가 작성한 이혼 합의서가 나왔지만 나는 일주일이 넘도록 송현우의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그와 진아린은 늘 함께였고 누가 봐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한 쌍의 연인 같았다. 그러던 어느 파티 날, 진아린은 나를 문밖으로 막아 세우더니 사람들 눈을 피해 내 앞에서 목걸이를 수영장에 던져버리며 악랄하게 웃었다. “현우가 널 믿을까, 아니면 나를 믿을까.” 그녀는 송현우가 달려오기 바로 직전 바닥에 쓰러지며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현우야, 지아 탓하지 마. 실수로 내 목걸이를 수영장에 빠뜨린 걸 거야. 일부러 나를 민 게 아니야.” 진아린의 연기는 어설펐지만 송현우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는 진아린을 품에 안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윤지아, 너는 왜 아린이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야? 아린이가 우울증 있는 거 몰라? 왜 애를 자극하고 그래.” 그는 진아린을 달래기 위해 내게 물에 들어가 목걸이를 찾으라고 강요했고 내가 임신한 사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수영장으로 밀어 넣었다. 물가에 선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뒤섞여 귓가에 파고들었다. “내 말이 맞지, 송현우 마음엔 아직 진아린뿐이라니까. 옛날에 윤지아가 지독하게 들러붙지만 않았어도 저 녀석이 결혼을 했을 리가 없지.” “내가 아는데 윤지아는 그냥 대타였어. 이제 진짜가 돌아왔으니, 대용품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어.” “송현우가 진아린 아니면 결혼 안 한다고 맹세했던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차가운 물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와 뼛속까지 시렸다. 문득 송현우가 내게 고백하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는 무릎이 까질 정도로 간절하게 절을 올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평안 부적을 받아왔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딴 금메달을 내게 주기도 했다. 그는 그게 자신의 진심이라며 평생 나를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와 진아린의 과거를 모두 알면서도 나의 지극한 사랑이 언젠가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으리라 어리석게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떤 사람은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긴 싸움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물 밖으로 건져졌을 때, 나는 물을 잔뜩 마신 상태였다. 누군가 역광을 등지고 서서 내게 코트를 덮어주었다. “감기 들어.” 조명이 어두웠음에도 나는 그를 알아봤다. 서이준이었다. 그는 내 소꿉친구였다. 우리는 같이 연세대 의대에 가기로, 훌륭한 의사가 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후 연락이 끊겼고 그는 훌륭한 의사가 되었다고 들었다. 반면 나는 3년 전 그 끔찍한 사고로 다시는 수술용 메스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송현우는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나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곤혹스러움에 휩싸였다. 나는 그가 내게 왜 자취를 감췄는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꿈을 어째서 내려놓았는지 물을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그 진실을 말해야 하는 내 대답 자체 또한 나를 두렵게 했다. 하지만 서이준은 묵묵히 나를 병원으로 이끌었고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지아야, 너...” “고작 목걸이 하나 찾으라 했다고 감기나 걸리고. 참 한심하다.” 그의 말은 송현우에 의해 끊겼다. 그는 서이준의 손에서 약을 받아들고는 그대로 자기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서이준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들끓었다. “내 아내 일에 서이준 씨는 신경 꺼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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