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내 임신 중절 수술은 다음 달로 잡혔다. 의사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끝내 내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어차피 치료를 받아봤자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는 것을.
나는 우리가 사랑을 맹세했던 케이블카에 찾아가 송현우와 윤지아의 이름이 새겨진 팻말을 직접 떼어냈고 갤러리 속 사진은 몇 번이고 지워 이제는 내 독사진 몇 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가장 이른 시간의 부산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송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막 탑승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윤지아, 어디야? 아린이가 오늘 명동 교자집의 만두가 먹고 싶다는데... 너 돌아올 때 좀 사 와...”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는 나를 위해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려주셨다.
할머니는 내 어릴 적 사진들을 꺼내 와, 마당에 나란히 앉아 함께 햇볕을 쬐었다.
“이건 네가 열 살 때, 반에서 1등 했다고 신나서 나한테 자랑하던 사진이야...”
“이건 네가 열다섯 살 때, 고등학교 합격 통지서 받아왔을 때고... 이건 네가 열여덟 어엿한 숙녀가 된 성인식 때고...”
할머니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가의 주름은 더 깊어졌다.
“우리 강아지는 언제나 할머니의 가장 큰 자랑이었단다. 세상 누구보다 착한 아이였지.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꼬... 이 할미가 널 지켜주지 못했구나. 송현우 그놈이 널 괴롭힌 거지? 할미가 가만 안 둬, 다음에 보기만 해 봐, 아주 그냥...”
그 시절을 눈앞에 그려내듯 이야기하는, 내 삶의 전부인 할머니를 보며 나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감히 이 사실을 할머니께 고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할머니가 나 때문에 슬퍼하는 것도, 나 때문에 걱정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할머니, 내가 모든 일 다 정리하고 나면 계속 할머니 곁에만 있을게요.”
할머니는 나를 품에 안고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여주셨다.
송현우가 나를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였다.
나는 진아린에게 떠밀려 계단에서 굴렀고 계단참 모퉁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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