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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심초연은 아프리카에서 3년간 건설 지원 사업을 하며 끝내 남편의 6억 빚을 모두 갚고 귀국했다. 하지만 환영 연회가 열리던 그날, 남편 기태풍은 다른 여자와 함께 나타났다. 기태풍은 자연스럽게 그 여자의 가방과 외투를 들어주었고, 그들의 다섯 살 난 아들 역시 그 여자 품으로 파고들며 다정하게 “미주 이모”라고 불렀다. 심초연의 얼굴빛이 어두워지자 기태풍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주는 내가 수천이를 위해 특별히 고용한 영양사야. 그렇게 속 좁게 굴지 마.” 송미주는 눈물을 참으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초연 씨, 제가 내일 바로 사직할게요.” 그날 밤 심초연은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가려다 아이 방에서 기태풍의 통화를 들었다. “초연 씨가 이번에 돌아와서 얼마나 머물어요?” 아들의 목소리가 곧 들려왔다. “엄마 돌아오는 거 싫어! 엄마가 돌아오니까 미주 이모가 가야 하잖아!” 기태풍이 낮게 웃었다. “그럼 이번엔 빚을 20억 정도 더 져서 아프리카에 십 년 더 있게 할까?” 심초연은 머릿속이 어지러워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말의 의미를 다 이해하기도 전에 저쪽에서는 전화를 끊은 듯했다. 곧이어 아들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이제 엄마랑 자러 가요? 미주 이모가 알면 기분 나빠하지 않아요?” 심초연은 숨이 턱 막히면서 귓가에는 요동치듯 심장 소리만 들렸다. 설마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뜻인 걸까? 심초연은 그 뒤로 기태풍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 채 황급히 침실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가쁜 숨이 가라앉기도 전에 침실 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곧 익숙하다는 듯한 큰 손이 심초연의 잠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3년 만에 되살아난 익숙한 감촉에 원래라면 설렘이 앞서야 했다. 거친 손바닥이 심초연의 허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기태풍의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를 스쳤으며 곧 부드러운 입술과 혀가 그녀의 귓불을 희롱했다. 심초연은 눈을 감고 이를 악문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기태풍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바보야, 넌 잘 자는 척할 때마다 속눈썹이 계속 떨려.” 심초연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몸을 침대 가장자리 쪽으로 조금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다음에 해.” 하지만 기태풍은 자석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붙으면서 입술을 귓불에서 조금씩 아래로 옮겼다. “넌 그냥 누워 있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3년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기태풍은 여전히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훤히 알고 있었다. 심초연은 기태풍의 끊임없는 유혹 앞에서 이성이 점점 무너져 내렸다. 몸이 하나로 겹치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만족스러운 탄식을 내뱉었다. 심초연을 향해 품은 기태풍의 뜨거운 갈망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절정에 이를 즈음 기태풍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명령했다. “나를 불러.” 심초연은 정신이 흐트러진 채 작게 여보라고 불렀다. 기태풍은 참지 못하고 모든 욕구를 터뜨리며 그녀의 부름에 응했다. “...미주야.” 심초연은 순간 온몸이 굳으면서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 “왜 그래?” 기태풍은 움직임을 멈추며 불안한 눈빛으로 심초연을 보았다. 심초연은 찌르는 듯한 통증에 재빨리 몸을 빼며 그를 노려봤다.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 기태풍은 눈을 깜빡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초연이라고 불렀잖아.” 심초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미주라고 불렀어.” 기태풍의 표정이 몇 번 바뀌더니 곧 짜증 어린 얼굴로 말했다. “초연아, 우리 몇 년이나 떨어져 지냈어. 네가 돌아온 건 기쁘지만 돌아오자마자 괜히 트집 잡지는 마.” 거짓이 들통나 분노할 때 기태풍의 표정을 심초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한순간에 깊은 호수 밑으로 가라앉은 그녀는 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돌린 뒤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굳이 이렇게 분위기를 망쳐야겠어?” 심초연은 눈을 꼭 감은 채 응답하지 않았다. 기태풍은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다음 날 아침 심초연은 문밖의 소란에 잠에서 깼다. 기태풍은 다이닝 룸 소파에 기대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경제 뉴스를 틀어 놓고 있었다. 아들 기수천 역시 옷을 갈아입고 노릇노릇하게 구운 달걀프라이를 베어 물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늘씬한 실루엣 하나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 기수천이 가장 먼저 심초연을 발견했다. 전날 환영 연회 때보다는 태도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기태풍은 듣지 못한 듯 오로지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초연 씨.” 송미주가 맑은 국물의 국수 한 그릇을 들고나왔다. “아침 식사 하실래요?” 심초연은 경계심 가득한 아들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담담히 대답했다. “네.” 심초연이 송미주를 내쫓지 않자 기수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달걀을 먹었다. “서재로 가져다줘요. 업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해서요.” 송미주는 난처한 얼굴로 심초연을 바라봤다. “이건 태풍 씨 거예요. 위장이 안 좋으셔서요.” 심초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럼 제 것도 하나 더 만들어 줘요.” 송미주는 기태풍을 바라봤지만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내 와이프가 만들라면 그냥 만들어.” 송미주는 마치 큰 억울함이라도 당한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단호한 기태풍의 태도를 확인하고는 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주방에서 갑작스러운 비명과 함께 냄비와 그릇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수 중이던 심초연은 급히 나와 상황을 살폈다. 송미주의 손목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커다란 물집이 잡힌 듯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눈가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마치 폭우에 젖은 고집 센 꽃송이처럼 서 있었다. “나쁜 엄마!” 기수천은 심초연을 보자마자 달려와 작은 주먹으로 그녀를 때렸다. 그의 작은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엄마가 기어코 국수를 먹겠다고 해서 미주 이모가 다친 거잖아! 나쁜 엄마!” 한 대 또 한 대 주먹이 날아올 때마다 심초연의 심장은 쥐어짜이듯 아팠다. “내가 병원에 데려갈게.” 기태풍은 송미주를 번쩍 안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심초연을 힐끗 보았다. 기수천도 울먹이며 그 뒤를 따라 나갔다. 3년 만에 돌아온 집은 엉망진창이었다. 갑작스러운 피로에 심초연은 휴대폰을 꺼내, 평생 다시는 누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번호를 눌렀다. 긴 기다림 끝에 이미 폐기된 번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순간 전화가 연결됐다. 위엄 있던 목소리는 많이 늙어 있었지만 억눌린 격정이 묻어났다. “초연이야?” 심초연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받아들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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