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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설계원 건축소 안. “왜 사직하려는 거지?” “개인적인 사정이에요.” 소장은 성성한 머리를 긁적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네가 돌아왔을 때 원래 원에서는 부소장으로 올릴 생각이었어.” 3년 전 심초연은 전쟁과 전염병, 군벌 할거 등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지원해 아프리카 건설 지원에 나섰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다른 남자 동료들보다도 더 필사적으로 일했다. 조금이라도 더 일정을 앞당겨 남편과 아들을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심초연은 단 하루라도 빨리 귀국하여 가족을 만나고 싶었다.. 소장은 그녀가 아무 미동도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심초연은 사직서를 손에 쥐고 그동안의 밤낮없는 노력을 떠올렸다.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심초연의 절친한 친구 진유빈은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정확히 저녁 7시에 진유빈은 설계원 정문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노출이 큰 원피스를 입은 채 요란한 빨간 페라리에 기대고 서서 과장되게 손을 흔들며 심초연을 불렀다. 심초연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너 유럽에서 여행하던 중 아니었어?”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당연히 달려와야지.” “그렇게 빠른 비행기가 있어?” “전용기가 있잖아!” 진유빈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심초연, 너 왜 이래? 가난한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거 아니야? 왜 이딴 질문을 하고 그래?” 심초연이 씁쓸한 미소를 짓자 진유빈은 바로 자기 입을 살짝 쳤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린 건 잘한 일이야. 오늘은 언니가 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잖아. 다시 사치스러운 우리 세상으로 돌아온 걸 축하해야지!” 진유빈은 인터넷을 한 바퀴 뒤져봤지만 이 작은 도시에는 정말 먹을 게 없다며 투덜댔다. 진유빈은 다음에 미연국으로 돌아가서 꼭 제대로 된 한 끼를 살 것을 약속했다. 그러고는 결국 이곳에서 인당 20만 원짜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진유빈은 최근 몇 년 사이 아버지에게 또 몇 명의 사생아가 생겼다는지, 어머니가 얼마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국의 내연녀들과 그 혼혈 사생아들을 정리했는지, 그래서 아버지가 한동안 어쩔 수 없이 얌전히 지내게 된 사실까지 쉼 없이 늘어놓았다. “이대로 두면 우리 집에서 유엔 창설하겠어!” 마지막으로 진유빈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네 아빠는 이 바닥에서 책임감 있는 편이야. 그 사고 이후로는 더 이상 아이도 못 낳잖아. 그 가정부랑 결혼한들 뭐가 문제야? 어차피 앞으로 기댈 사람은 너 하나뿐인데. 네 엄마가 만약... 내가 너라면 그렇게 큰 상업 제국을 혼자 상속받는데 자다가도 웃으면서 다시 깨겠어.” 심초연이 침묵하자 진유빈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초연아, 넌 너무 순진해. 돈 없는 남자를 만나면 행복해질 것 같아? 그 길은 너도 이미 가 봤잖아. 결과가 어땠는데?” 심초연은 내내 그 결과를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가자,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진유빈은 차를 세운 뒤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 심초연을 한 손으로 끌어당겼다. 심초연이 한 대의 차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걸 확인한 진유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저 차가 뭐가 좋다고 그래? 이제 돌아가면 내 차랑 같은 모델로 하나 사 줄게. 사람들의 시선이 장난 아닐걸.” 진유빈은 그 차가 기태풍의 차라는 걸 몰랐다. 바로 그날 오후 기태풍은 회사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오늘 밤 야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심초연에게 보냈었다. 그리고 지금 심초연은 레스토랑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기태풍과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부자 앞에는 생일 모자를 쓴 송미주가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은 웃으며 가운데 놓인 케이크를 자르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송미주가 휴대폰을 직원에게 건네자 세 사람은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그렸다. “아이가 몇 살이에요?” “다섯 살이에요!” 직원은 웃으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아이도 이렇게 큰데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으시네요.” 송미주는 귀가 순식간에 빨개지면서 당황하여 설명했다. “아, 그런 게 아니에요...” 기태풍은 웃으며 송미주의 말을 끊고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넸다. “아빠, 왜 우리 예전처럼 집에서 미주 이모 생일을 안 쇠요?” 기태풍이 입을 열기도 전에 기수천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알겠어요! 분명 엄마가 쪼잔해서 그런 거죠?” “그렇게 말하지 마.” 송미주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네 엄마가 돌아왔고 이모가 맡은 일도 이젠 다 끝났어.” “싫어요! 전 어릴 때부터 미주 이모가 재워 주고 밥도 먹여 줬단 말이에요. 왜 엄마가 돌아오면 이모를 쫓아내야 해요?” 심초연의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아려 왔다. 기태풍이 파산해서 빚더미에 올랐다며 울부짖지 않았다면 심초연도 두 살짜리 아들을 두고 홀로 아프리카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직하지 마.” 기주풍이 단호하게 말했다. “초연이가 떠나기 전까지 내가 유급 휴가를 줄게. 마침 손목 화상도 치료받아야 하잖아.” “네?” 송미주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초연 씨가 또 출장을 가는 거예요?” “와, 너무 좋아요!” 기수천이 환호했다. “그럼 엄마는 언제 가요?” 기태풍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곧.” 그렇다, 심초연은 곧 다시 떠날 것이며 길어야 한 달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심초연은 차가운 기운이 모공으로 스며들어 온몸이 덜덜 떨렸다. 진유빈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변호사 필요해?” “아니.” 심초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혼 합의서는 이미 오래전에 작성해 두었기에 지금의 심초연은 자유 외에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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