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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비행기가 케네디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인파를 따라 터미널을 빠져나오면서 심초연은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수십 명의 검은 정장을 입고 이어폰을 낀 경호원들이 인간 장벽을 이루며 일반 대기 구역과는 완전히 단절된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를 본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놀라 시선을 모았다. 그 한가운데는 강렬한 아우라를 풍기는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사십 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뛰어난 자기 관리로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지닌 그 남자는 서해문이었다. 귀밑에 희끗한 머리가 오히려 위엄을 더했다. 서해문은 주변의 소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오직 도착 게이트만을 응시했다. 무심히 드러나는 기대감은 자식을 기다리는 평범한 아버지의 눈빛과 다르지 않았다. 심초연은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표정에는 거부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서해문은 단번에 알아보았다. 15년 만에 다시 마주한 부녀는 인파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해문의 굳게 다물린 입가가 서서히 풀어졌다. 그는 억누를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초연아.” 서해문의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심초연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서해문의 손을 피해 담담하게 말했다. “아빠.” 서해문의 손은 공중에서 멈췄으며 주변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지켜봤다. 집사는 굳은 얼굴로 낮게 중얼거렸다. “아가씨께서 막 비행기에서 내리셔서 많이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심초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정했다. “제 성은 심씨예요. 서씨 가문 아가씨가 아니라.” 어머니가 배신당하고 아버지가 미국으로 떠났던 그해에 심초연은 스스로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로 했다. 집사의 콧등을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폭풍 같은 질책을 예감하며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서해문은 허공에 떠 있는 손을 거두며 옷매무시를 고치듯 소매를 정리했다. “그래.” 그러고는 시선을 뒤에 서 있던 진우현에게 돌렸다. “우현아,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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