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레스토랑을 나온 뒤, 한서영은 집으로 가지 않고 엄예진을 찾아갔다.
한서영이 혼자 온 것을 보자 엄예진의 얼굴에 잠깐 놀람이 스쳤다.
“석현이는?”
“언니가 간 다음에 일이 생겨서 바로 갔어요. 나도 며칠 뒤에 입사하니까 미리 회사 분위기 좀 보려고요.”
엄예진은 더 묻지 않았다. 마침 손에 쥔 일도 정리된 참이어서 엄예진은 한서영을 데리고 회사 곳곳을 둘러보았다.
퇴근 후 두 사람은 저녁까지 함께했고 그제야 한서영은 아파트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휴대폰 화면을 켜자 주석현에게서 새 메시지 알림이 떠 있었다.
그 순간 한서영은 작별 직전에 주석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이미 이혼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난 네 뜻을 존중할게. 내가 네 마음에 미치지 못했고 네 진심을 저버렸어. 미안해. 그래도 3년을 부부로 지냈으니 비록 헤어져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친구라는 말이 한서영에게는 낯설게 들렸다.
그녀는 주석현과 친구로 지낼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한서영이 생각한 결말은 좋게 끝내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서영은 그냥 그 메시지를 무시했다.
밤 열 시, 막 쉬려던 참에 알림이 다시 울렸다.
“이혼 협의서 몇 조항을 너랑 상의하고 싶어.”
이혼 문제와 관련된 연락이었기에 한서영은 망설임 없이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
곧 주석현이 수정 표시를 한 조항들을 보내왔다. 한서영이 확인해 보니 원래의 재산 분할이 동등 분할로 바뀌어 있었다.
즉, 한서영은 이혼증을 받은 뒤 주석현의 재산 절반을 가져가게 된다.
뜻밖의 큰 액수였지만 한서영의 마음은 오히려 불편했다. 한서영은 바로 음성을 보냈다.
“재산 분할은 원래 계약대로 하자. 혼인법 기준으로 나한테 이렇게 많이 줄 필요 없어. 나는 받을 이유가 없어.”
곧 주석현의 답장이 왔다.
“네가 돈 때문에 결혼한 거 아니라는 거 알아. 나도 보상하려는 게 아니야. 이건 법에 정한 몫이고 네가 받아야 할 권리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한서영이 몇 마디 더 설명했지만 주석현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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