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하예원이 다가가기 전에, 그녀는 마치 기척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하예원을 본 여자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부드러운 미소가 천천히 번졌다.
“하예원 씨.”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유연했다.
“오늘은 최 대표님의 생일이라던데, 왜 옆에 안 있어요?”
또 하예원 씨였다.
하예원은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
“민지영 씨는 여긴 왜 오신 거죠?”
민지영은 연한 하늘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정갈하게 묶은 머리와 또렷한 눈매가 오늘따라 더 세련돼 보였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부드럽게 웃었다.
“하예원 씨, 초대장도 없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하죠?”
민지영은 손가락으로 긴 머리를 살짝 넘기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맞아요. 제 신분으론 이런 자리에 초대받을 자격이 없죠. 하지만 오늘은 손님이 아니라, 연주자로 왔어요.”
“연주자요?”
“그렇죠.”
넓은 연회장은 고급 와인의 향으로 가득했고, 세련된 손님들이 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은 민지영이 평생 닿기 어려운 세계였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예원 씨는 이런 자리 자주 오잖아요. 이런 연회엔 늘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자가 필요하죠. 전 오늘 그 일을 하러 왔어요.”
말을 마친 민지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예원을 바라봤다. 눈가에는 묘한 웃음이 번졌다.
“설마, 최 대표님이 제 연주 듣는 게 불안해서 절 내쫓으려는 건 아니겠죠?”
그 미소엔 은근한 비아냥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단지 몇 번 술자리에서 최도경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인데, 그 일을 운명처럼 믿는 태도가 어처구니없었다.
“연주자라면, 편하게 하세요.”
하예원은 담담히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 순간, 민지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그녀의 등을 찔렀다.
“하예원 씨.”
이름을 부르는 어조는 낮고 싸늘했다.
“하예원 씨는 최 대표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왜 그걸 놓으려 하지 않는 거죠?”
하예원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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