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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피아노 앞은 텅 비어 있었다. 악보 한 장조차 없었다. 하지만 악보가 있다 한들 지금의 하예원이 제대로 칠 수 있을 리 없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피아노 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제는 손끝이 건반 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음의 높낮이가 어떤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전한별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최도경이 나타나기만 하면 됐다. 그가 단 몇 마디만 해도, 자신을 향한 모든 의심과 비난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하예원은 자리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회장 어디에도 최도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이 마음 한구석에 묘한 실망을 남겼다. 전한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예원 씨, 피아노는 이미 조율 다 끝났어요. 더 만질 필요 없어요. 민지영 씨는 아직 치료도 못 받았는데, 언제까지 질질 끌 거예요? 어서 치세요.” 거만하게 팔짱을 낀 전한별을 바라보며 하예원은 속으로 비웃었다. ‘역시 철저히 준비해왔군.’ 지금 상황에서 빠져나가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한별은 결정적인 사실 하나를 놓쳤다. 그건 바로 최도경이었다. 팔찌 사건 이후에도 전한별은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 그때 자신을 구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그녀는 확신하듯 믿고 있었다. 최도경은 절대 하예원을 돕지 않을 거라고. 좋았다. 그녀가 그걸 모르는 이상, 이번 판은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다. 하예원은 두 손을 검은색과 흰색의 건반 위에 올렸다. 짧은 숨을 고르며 얼굴의 긴장을 풀었다. ‘최도경만 오면 돼. 내가 아무리 엉망으로 쳐도 사람들은 결국 그걸 천상의 소리라고 부를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이상할 만큼 편안해졌다. … 조용한 후정. 최도경은 전화를 들고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그때 빠른 발소리가 다가왔고, 고진형이 그의 곁으로 왔다. 그의 표정에는 말하지 못한 망설임이 스쳐 있었다. 최도경은 그 기류를 감지하고 전화를 짧게 끊었다. “무슨 일이야?” 고진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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