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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강 선생,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낯빛은 차분했지만, 말투에는 냉기가 배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셔츠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 선물한 겁니다.” “특별한... 사람이요?” 하예원은 순간적으로 식은땀을 느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괜찮지만, 그 셔츠가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자는 매장 안의 흰 셔츠들을 훑어보며 낮게 말했다. “당신한텐 뭐든 돈으로 살 수 있겠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게 있습니다.” 그 말에 하예원은 눈을 내리깔았다. 속이 뜨끔했다. “죄송해요. 그 옷이 그렇게 중요한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셔츠를 저에게 맡겨 주세요. 단추는 제가 직접 수선해드릴게요.” 혹시 오해할까 싶어 덧붙였다. “그 옷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아무리 똑같은 걸 새로 사도 같은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원래 옷을 고쳐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수선할 줄 알아요?” 하예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하예원을 위아래로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선생은 돈 쓰는 거에 거리낌 없어 보이는데, 손으로 바느질할 줄 안다는 건 좀 의외네요. 게다가...”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그의 미소엔 장난기와 위험한 여유가 동시에 스며 있었다. “실수로 단추를 뜯은 건 이해하죠. 하지만 또 망치면... 그땐 지금처럼 넘어가주진 않을 겁니다.” 하예원은 담담히 웃었다. “괜찮아요. 제가 옷 고치는 일은 전문가니까요. 저, 의류 디자이너거든요.” “디자이너요?” 그의 눈빛이 짧게 흔들렸다. 하예원은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이게 제 명함이에요.” 그는 긴 손가락으로 명함을 받아 천천히 읽었다. “하예원, 하예 패션디자인실 실장.” 시선을 들자 짧게 미소가 번졌다. “좋아요. 그럼 믿어보죠.” “그럼 이렇게 하죠. 지금 입은 셔츠 대신 비슷한 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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