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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윤희설은 빠르게 병원으로 실려 왔다. 이동 침대로 치료실로 가던 도중에 마침 의사들에게 둘러싸여 응급실에서 나오는 환자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윤희설은 그 환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 환자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았어요?” “아니요. 이 환자분 연락처에 원래부터 번호가 몇 개뿐이었어요... 하나씩 전부 연락해 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더라고요.” “아이고, 딱해라. 하마터면 익사할 뻔했는데 곁을 지켜줄 가족이나 친구도 없다니...” 윤희설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치료실에서 치료를 끝내고 약을 바르고 있던 때 최도경이 들어와 담담하게 물었다. “상태는 어때요?” 의사가 대답했다. “윤희설 씨는 피부가 긁힌 것 외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아주 건강하고 이틀 정도 푹 쉬면 될 거예요.” 최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희설은 최도경을 빤히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미련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도경아, 고마워.” 윤희설의 목소리는 아주 감미로웠다. “오늘 네가 아니었더라면 전한별 씨가 절대 병원으로 보내주지 않았을 거야.” 최도경은 별일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네가 잘못한 일도 아니잖아. 그냥 그 여자가 애꿎은 너한테 화풀이하고 있었던 거야.” 윤희설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바로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최도경이 이미 한차례 연예계에서 장택준을 치워버렸으니 이미 소문이 난 상태였던지라 원래대로라면 윤희설을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야 했다. 그런데 전한별은 달랐다. 꼭 일부러 윤희설에게만 시비를 걸고 트집을 잡는 듯했다. “도경아, 전한별 씨와는 아는 사이야?” 윤희설은 최도경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최도경의 주위에 어떤 여자가 있는지 전부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친한 여자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도경이 전한별과 아주 친한 사이일 줄은 몰랐다. 최도경은 윤희설에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푹 쉬고 있어. 앞으로 이런 일은 또 일어나지 않을 거야.” ... 하예원은 아주 긴 꿈을 꾸게 되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최도경과 함께 어느 예배당에 서 있었다. 하예원을 보는 최도경의 눈빛은 아주 음산했고 목소리는 지옥에서 찾아온 저승사자 같았다. “하예원,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결혼하는 순간 넌 내 곁에서 벗어날 수 없어.” 하예원은 하얀 면사포를 올리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최도경을 보았다. “최도경, 너도 잘 생각해. 네가 이혼해달라고 해도 절대 이혼해주지 않을 거야. 내가 죽으면 몰라도!” 저주 같은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퍼즐 같은 기억이 조각조각 머릿속에서 맞춰지고 있었다. 결혼 당일 하예원은 기대를 잔뜩 품은 채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최도경은 아무리 기다려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기사도 뜨게 되었다. 결혼한 후에 하예원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한 상 가득 차린 채 최도경을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최도경이 집으로 돌아온 횟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였다. 설령 돌아왔다고 해도 하예원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예원의 생일도 몰랐고 결혼기념일이 언제인지도 몰랐다. 결혼하고 나서 하예원에게 눈길조차 준 적 없었다. 그럼에도 하예원은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최도경에게 매달렸다. 그 순간 장면이 휙 바뀌고 최도경에게 목 졸리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최도경은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예원! 감히 내 아이를 죽여?!” 최도경의 눈동자에는 살기와 원망이 가득했고 목을 잡은 손에는 악력이 가해졌다. 하예원은 숨이 막혔다. 물에 빠졌을 때처럼 죽음이 닥쳐오는 것 같았다. “아악!” 놀란 하예원은 눈을 번쩍 떴다. 사방이 온통 하얀색이자 하예원은 자신이 이미 죽어 천국에 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깼어?” 이때 누군가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예원아, 괜찮아?” 하예원은 시선을 돌려 옆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흐릿한 눈앞에 잘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나니 점차 초점이 잡혔다. 우아한 기품을 가진 아주 잘생긴 남자였다. 그러나 하예원은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누구...” 그러자 남자의 표정이 확 변했다. “예원아, 나 기억 안 나?” 남자는 물에 빠진 후유증이라고 생각하며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얼른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잠시만요.” 하예원은 힘겹게 목소리를 냈다. “제가 전에 교통사고 당해서 기억을 잃었어요...” 남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교통사고 당했다고?” 하예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머리가 너무도 어지러웠다. 남자는 다시 하예원에게로 다가가 자신을 소개했다. “예원아, 난 유시준이야. 너랑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야.” 하예원의 창백한 안색을 보니 유시준은 죄책감이 밀려왔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예원아, 미안해. 널 혼자 최도경 곁에 두는 게 아니었어.” 하예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울 뿐만 아니라 기억도 없으니 눈앞에 있는 유시준은 그야말로 낯선 사람이었다. 유시준도 무언가 알게 된 듯 더는 하예원이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에 관해 말을 꺼내지 않았고 그저 이렇게 물었다. “예원아, 갑자기 물에는 왜 빠진 거야?” 곧이어 무언가 떠오른 듯 뜸을 들이며 물었다. “혹시 기억을 잃어서 수영하는 법도 잊은 거야?” 유시준은 하예원과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낸 사이였던지라 하예원이 수영을 아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원은 눈을 지그시 감고 몇 초간 생각을 해보았다. “누가 절 밀었어요. 물이 너무 차가워서 다리에 쥐가 났고요. 그래서 물속에서 나오지 못한 거예요.” 유시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누가 널 밀어버린 건데?” “윤수아예요.” 윤수아의 이름을 듣자마자 유시준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 그 뻔뻔한 여자야?!” 유시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최도경은 알아?” 하예원은 색을 잃은 입술을 살짝 움직여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설령 안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쌤통이라고 할걸요.” 유시준은 창백한 하예원을 보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원아, 좀 더 쉬고 있어. 난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하예원은 머리도 아프고 힘도 없었던지라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병실 밖으로 나온 유시준은 의사를 부르러 가려던 때 복도에 서 있는 최도경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최도경도 유시준의 시선을 눈치챈 듯 고개를 돌려 유시준을 보았다. 그 순간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최도경 씨, 오랜만이네요.” 유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병원은 어쩐 일이에요? 예원이 보러 온 거예요?” “하예원?” 최도경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하예원이 왜 병원에 있죠?” 몇 시간 전 최도경은 연회장에서 하예원과 만난 적 있었다. 최도경의 말에 유시준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 제가 그간 사람을 잘못 봤네요. 예원이 보러 급하게 온 것인 줄 알았는데 예원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을 줄이야.” “최도경 씨.” 유시준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예원이가 죽는다고 해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거죠? 그런 거라면 대체 왜 예원이를 놓아주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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