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최도경의 짙은 어둠이 깃든 시선은 하예원에게 꽂힌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왜지?”
하예원은 멍해져서 되물었다.
“뭐가?”
“내 약속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 텐데.”
최도경은 시선을 내리깔아 그녀를 바라봤다. 분명 담담한 눈빛이었지만 그 속에는 형용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져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하예원은 마치 자신의 모든 속마음이 훤히 드러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커.”
“알고 있어.”
“더 가치 있는 걸 요구해도 돼.”
“알아.”
“나에게 요구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하예원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알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것뿐이야.”
또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공기 중에는 숨 막힐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가 동의하지 않거나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을 때 최도경이 입을 열었다.
“좋아.”
하예원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같은 최도경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하예원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최도경은 그녀의 행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계약서 하나 작성해.”
그는 짧고 간결하게 용건을 전달한 후 전화를 끊었다.
약 30분 후, 최도경의 비서인 고진형이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 후 방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말씀하신 계약서입니다.”
최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예원을 바라봤다.
“더 추가할 내용은 없는지 확인해 봐.”
하예원은 계약서를 받아 들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사실 그녀는 아까 통화하면서 최도경이 지시하는 내용을 이미 들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100일 후, 최도경이 이혼을 요구할 경우, 여자는 어떤 이유로도 매달려서는 안 되며 그 보상으로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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