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하지만 현명한 여자라면 물러설 때를 아는 법이다.
그녀는 원래부터 최도경의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했으므로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었다.
더욱이, 최도경의 입에서 나오는 약속은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결정적인 순간엔 비장의 카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예원의 요구는 과하지 않고 합리적이었기에 최도경은 별말 없이 고진형에게 기록하라고 지시했다.
30분 후, 고진형은 하예원이 요구한 세부 사항들을 꼼꼼히 기록한 후, 다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그 순간, 임 아주머니가 저녁 식사를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식사하세요.”
“됐어요. 이따가 나가서 먹을 겁니다.”
최도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예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제대로 된 남편이라면 아내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간호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최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여기서 간호하길 바란다고?”
“뭐가 잘못됐어?”
하예원은 그에게 상기시켰다.
“우리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잖아. 앞으로 석 달 동안은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아내가 아픈데 남편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간호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 계약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거야.”
계약서에는 최도경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하예원은 이혼에 협조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물론, 3개월 후 하예원은 완전히 발뺌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최도경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셈이 된다.
이는 과거에 그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도경과 결혼한 후, 죽어라 이혼을 거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처음부터 거절하는 것과 승낙한 뒤에 번복하는 것은 천지 차였으니까.
하예원은 지금 몰락한 집안의 딸일 뿐 기댈 언덕 하나 없으니 최도경에게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
이전에 최도경은 그녀를 그저 속이 검은 여자로만 여겼지만 앞으로 그녀를 눈엣가시 같은 적으로 간주한다면 앞으로 편안하게 지낼 날은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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