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조금 전 전한별을 우연히 부딪쳤을 때만 해도 하예원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녀를 일으켜 세워줬다.
마침 전한별은 하예원이 가방을 들고 있던 쪽에 서 있었다.
하예원이 들고 있던 가방은 뒷면에 지퍼 없이 외부 포켓이 하나 있었고 손만 빠르면 전한별이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팔찌를 그 안에 슬쩍 넣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상류층 파티에서 벌어지는 이런 더럽고 비열한 수작을 하예원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기억을 잃은 하예원은 전한별을 기억하지 못했고 경계심 없이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결국 이런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하예원은 전한별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요. 전한별 씨, 물건을 잃어버리셨다면서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제 탓부터 하시네요. 제가 당신 팔찌 가져가는 걸 직접 보셨나요?”
하지만 전한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단정 지었다.
“조금 전 하예원 씨랑 부딪친 이후로 팔찌가 사라졌어요. 그사이에 다른 사람은 없었는데 하예원 씨가 아니라면 누구겠어요?”
하예원은 미소를 띠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데 전한별 씨. 아직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으셨잖아요? 어쩌면 어디 구석에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요.”
전한별은 오히려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전에 팔찌 때문에 실랑이한 적이 없었다면 의심하지 않았겠죠. 전적이 있으니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하예원 씨, 지금 사람들의 관심을 흐트러뜨려서 팔찌를 다른 데로 옮기려는 속셈 다 보여요.”
전한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하예원 씨, 당당하면 사람들 앞에서 가방 좀 보여줘요. 제가 억울하게 오해한 거면 여기서 바로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하예원 씨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겠습니다. 하지만 팔찌가 하예원 씨 가방에서 나온다면 전 다른 건 바라지 않고 그냥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전한별의 태도를 보며 하예원은 오히려 팔찌가 가방에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최도경이 아무리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본인 아내를 도둑 취급하는 걸 그냥 넘길 리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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