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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그들이 보고 싶었던 건 결국 자기들 스스로가 원하는 장면일 뿐이었다. 오락거리 삼아 즐기면서 동시에 도덕적 우위에 선 양 남을 비난할 수 있는 쾌감. 진실 따위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예원 씨, 좋게 말할 때 빨리 가방 좀 열죠? 더는 안 봐줘요.” 두 재벌가의 아가씨가 하예원의 가방을 억지로 빼앗으려 했다. 하예원은 반사적으로 가방을 꼭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본 두 여자의 눈빛에 서늘한 악의가 번뜩였다. 그중 한 명이 갑자기 하예원의 가방을 높이 들어 올렸고 다른 한 명은 그 틈을 타 하예원을 거칠게 밀쳐냈다. 하예원의 손에서 가방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열쇠, 핸드폰, 티슈, 몇 가지 화장품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예원이 중심을 잃고 고꾸라지려고 할 때 길고 단정한 손가락이 돋보이는 기품 있는 손 하나가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동시에 익숙하고 차가운 향이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 하예원은 떨리는 눈썹을 한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잘생기고 기품 넘치는 남자가 바로 그녀의 등 뒤에 서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예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낮고 차가운 최도경의 목소리는 잘 숙성된 와인처럼 묵직하면서도 울림이 있었다. 하예원은 멍하니 입을 열었다. “최도경...” 최도경은 그녀를 안정적으로 부축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도경 오빠!” 전한별은 그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그 눈동자엔 환희와 설렘이 담겨 있었고 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은 전한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예원 씨가 제 팔찌를 가져갔어요.” “팔찌?” 전한별은 금세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 생일에 저희 오빠가 선물해 준 그 팔찌 말이에요.” 오빠라는 호칭에 전한별은 목소리를 살짝 낮췄다. 그러고는 이번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 있었던 일까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조목조목 설명해 나갔다. “당시 도경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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