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그리고 하예원은 최도경이 가장 증오하던 사람의 전 약혼녀였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처럼 적의 친구는 적과 마찬가지였다.
최도경과 하예원은 몇 년 동안 물과 기름처럼 대립해 왔고 그 중심에는 윤희설이라는 존재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도 그 최도경이 하예원을 두둔하고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심지어 하예원 본인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한별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혀 그 예쁜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도경 오빠, 저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그 팔찌 분명 하예원 씨가 가져간 거란 말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날카로워 귀를 찌를 정도였다.
“못 믿겠으면 직접 가방을 뒤져보세요. 팔찌는 분명 그 가방 안에 있을 테니까요.”
최도경은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지만 그 앞에선 더 이상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전 하예원의 가방을 억지로 빼앗던 두 명의 재벌가 아가씨는 최도경이 등장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한별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네 말은 예원이가 네 팔찌를 탐내서 훔쳐 갔다는 거야?”
전한별은 최도경이 질문하는 의도는 몰랐지만 특유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눌려 기가 꺾인 채 대답했다.
“네. 맞아요.”
그러자 최도경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얼마 전 하예원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어. 아무것도 기억 못 해. 그런 사람이 네 팔찌를 어떻게 기억해 내?”
진한별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고 그 말을 들은 주변의 하객들 역시 놀라움에 숨을 삼켰다.
“뭐? 하예원이 기억상실이라고?”
“최도경 입에서 나온 말인데 설마 거짓말이겠어?”
“하지만... 전에 하예원이 일부러 기억 잃은 척했다는 소문도 있었잖아. 이번에도 연기하는 거 아니야?”
주위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전한별도 빠르게 반응했다.
“도경 오빠, 지금 하예원 씨한테 속고 있는 거예요. 전에도 기억 상실인 척했잖아요. 이번에도...”
하지만 전한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최도경이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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