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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윤희설을 바라보는 하예원의 얼굴에는 예상했던 분노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뭐죠?” 윤희설은 고개를 들어 하예원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 덕분에 하예원 씨는 최도경 부인 자리를 더 확실히 지키게 됐잖아요.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예원은 순간 멍해졌다. “무슨 말씀이죠?” “최도경은 이제 내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여자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늘 이해심 많고 착한 이미지였던 나랑 완전 반대되는 여자죠.” 윤희설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네요. 하예원 씨, 그런 악랄한 여자를 최도경이 좋아할 것 같나요?” 하예원은 그제야 윤희설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읽어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제가 꾸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윤희설은 잔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어쨌든 축하해요, 하예원 씨. 최도경 부인 자리를 지켜냈으니까요.” 윤희설을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병실에서 나가려 했다. 하예원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윤희설 씨는 감격스럽지 않으세요?” 문고리를 잡은 윤희설의 손이 멈췄다. 윤희설은 병실에서 나가지 않았지만 돌아서지도 않았다. 조용한 병실에서 하예원의 목소리만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최도경은 윤희설 씨 죄를 갚아주려고 수천억짜리 계약을 포기했어요. 게다가 매일 병원에 와서 절 돌봐주고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의 결혼 생활도 계속하려고 하죠... 최도경 씨가 이 정도로 희생하는데 윤희설 씨는 정말 감격스럽지 없으세요?” 윤희설은 마침내 돌아서서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하예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비웃음인 듯 아닌 듯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요. 최도경은 그냥 저에게 사과하라고만 했고 제 잘못은 하나도 묻지 않았죠. 정말 엄청난 감동을 받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윤희설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병실을 떠났다. ... 윤희설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도경이 병실에 들어섰다. 최도경이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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