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최도경은 윤희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찬 바람이 문 틈으로 밀려 들어왔고 윤희설은 얼어붙은 조각상처럼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윤희설의 머릿속에는 최도경의 냉랭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희설아, 요 몇 년 동안 내가 널 어떻게 대했어?”
“시간을 내서 하예원을 찾아 제대로 사과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씁쓸한 웃음이 순간 터져 나왔고 그 웃음에는 허탈함과 공허함이 뒤섞여 있었다.
...
눈군가 병실 문을 조심스럽게 몇 번 두드렸다.
하예원은 노서연이 온 줄 알고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을 내려두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가녀리고 우아한 실루엣이 꽃다발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하예원 씨, 입원하셨다고 들어서 병문안하러 왔어요.”
들어오는 여자를 보자 하예원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윤희설 씨?”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희설이었다.
어젯밤, 최도경은 본인이 직접 조사한 내용을 하예원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그 사건이 벌어진 날, 윤희설은 진아름과 함께 방에 있었다.
묘했던 건 진아름이 방 번호를 하나 잘못 보내는 바람에 하예원이 하필 한강훈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윤희설이 최도경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지난번에도 하예원을 견제하기 위해 윤희설이 살인미수범인 윤수아를 두둔하며 감쌌고 그 일을 계기로 하예원과 최도경 사이의 골이 더 깊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희설의 상상을 벗어난 건 하예원이 정면 돌파를 하면서 오히려 최도경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이다.
윤수아가 결국 교도소에 들어간 후부터 최도경 마음속의 하예원은 분명 예전과 다른 존재로 급부상했다.
더 이상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윤희설에게 무척이나 불리해질 것이 뻔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윤희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하예원을 계속 견제하는 것뿐이었다.
윤희설은 꽃을 창가에 내려놓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예원 씨,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어 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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