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내 생일 날, 기자가 너랑 윤희설이 같이 저녁 먹는 걸 찍었고 그날 밤에 너한테서 이혼하자는 문자도 받았어.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때 넌 윤희설이랑 다시 잘해볼 생각이 있었던 거잖아.”
예전 일이 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하예원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취급하면 큰 오산이었다.
하예원이 교통사고로 누워있던 시간이 꽤나 길었는데도 최도경은 병실에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이혼 얘기부터 꺼냈다.
그건 딱 봐도 최도경이 더 이상 이 관계를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최도경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해명했다.
“내가 희설을 만났다고 해서 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야. 다만...”
최도경의 까만 눈동자는 더 그윽해졌다.
“이혼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야.”
하예원은 가슴에 무언가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곧바로 감정을 다잡았다.
“내가 아까 네가 심하다고 한 건 내가 라이벌을 동정해서가 아니야. 그냥 네가 윤희설이랑 다시 잘해볼 마음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잘해준 거냐는 거야. 보통 여자라면 그런 행동에 오해할 수밖에 없어. 그 오해는 네가 만든 거라고.”
최도경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하예원, 누구나 다 날 비난할 수 있어도 너만은 그 자격이 없어.”
하예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최도경은 하예원을 바라보며 무심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너 때문에 내가 희설한테 진 빚이 너무 많아. 감정적인 것도 그렇지만 너 때문에 윤희설의 커리어까지 전부 박살 났잖아.”
하예원은 문득 예전에 윤희설 병실 밖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윤희설 손이...”
“네가 망가뜨린 거야.”
하예원은 숨이 턱 막혔다.
“진짜 나라고 확신해?”
“확신해.”
하예원은 최도경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윤희설의 손을 망가뜨렸는데?”
최도경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연회장에서 윤희설을 계단 아래로 밀었어.”
하예원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혹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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