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서늘한 기운이 피를 타고 하예연의 온몸에 쫙 퍼졌다.
하예원은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고 최도경의 먹물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기 추측을 조심스레 입 밖으로 꺼냈다.
“네가 그렇게 윤희설 편을 드는 게 혹시... 날 이용해서 윤희설한테 진 빚을 갚으려는 건 아니었어?”
최도경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하예원은 최도경의 그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예원은 자기 촉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 채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최도경의 속이 도대체 얼마나 깊은 건지 예상할 수 없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도경은 너무 냉정하고 무정했다.
하예원 입장에서는 최도경과 윤희설이 얽힌 감정을 다 정리하고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가장 좋은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예원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최도경은 너무 이성적이고 깔끔했으며 아무런 감정도 없는 냉혈 동물과도 같았다.
하예원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거야?”
“이유는 간단해.”
최도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난 윤희설이랑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고 계속 미안한 감정에 끌려다니고 싶지도 않았어. 빚을 전부 갚지 않으면 윤희설이 그걸 빌미로 계속 날 붙잡을 거야. 그럼 우리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질 거야. 이런 결과는 윤희설이나 나한테, 심지어 너한테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아.”
“그럼 요즘 벌어진 일들은 넌 애초에 다 알고 있었던 거였네?”
최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는 건 곧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하예원은 생각이 너무 많아 말문이 막혔다.
하예원은 그제야 지금까지 자기가 최도경이라는 사람을 너무 단순하게 여겼다는 걸 깨달았다.
하예원의 불안한 눈빛을 포착한 최도경은 하예원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눈치챘다.
최도경그의 온도가 없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너무 냉혹해 보여?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너 하나쯤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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