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전쟁터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되었다.
처음 며칠간의 당황스러움과 막막함을 제외하고 그녀는 곧 이곳의 생활에 적응했다.
매일 수많은 부상자들을 진료했는데 냉병기에 베인 상처, 유탄에 맞은 상처, 폭발에 의한 상처 등 끊임없이 부상자가 늘어났다.
어떤 이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 대부분은 신체 일부를 잃어야 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서은수는 사별하는 가족, 헌신적인 연인을 지켜보게 됐다. 오늘 만났던 남매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비통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곳에서는 예전에 당했던 괴롭힘, 배신, 조롱 등의 기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 심지어 휴대폰을 켜서 국내 상황을 확인해 볼 겨를이 없었다.
뼈에 사무쳤던 상처들은 수많은 죽음 앞에서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게 됐다.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온전한 사지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녀는 옷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달빛 아래서 꼼꼼히 바라보았다.
귀에는 장이준이 죽기 전에 했던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은수 씨,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이 반지를 제 약혼녀에게 전해주세요.”
“그녀의 이름은 장혜인이고 훌륭한 교사예요...”
달빛 아래서 다이아몬드는 부드러운 빛을 반짝였다. 마치 장이준이 약혼녀를 이야기할 때 반짝이던 눈빛처럼.
장이준은 서은수보다 반년 먼저 이곳에 왔다. 며칠 전, 그는 사람을 구하러 나갔다가 유탄에 가슴을 맞아 결국 생을 마감했다.
이제 막 친해진 새 친구 서은수에게 부탁한 이유는 그와 함께 온 몇몇 의사들이 모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서은수는 반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딱히 두렵지 않았다. 미련 둘만 한 것이 없으니까. 만약 자신의 이상을 위해 희생한다면 그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 돌아가기를 바랐다. 장이준의 반지를 그의 사랑하는 여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다음 날, 병원 밖에서 다시 전쟁 경보가 울렸다.
한 민간인 거주 지역이 폭격을 받아 부상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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