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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임신 사실을 확인한 그 날, 서은수는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구도운의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룸 문 앞에서 그녀는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툭툭 털며 구도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 줄 생각이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웃음기가 섞인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운아, 일주일 뒤면 너랑 은수 결혼식이잖아. 결혼식 깜짝 이벤트는 다 준비된 거지?” “당연하지,” 구도운은 술기운에 나른해진 목소리로 차분하게 답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 거야.” 서은수는 머리를 닦던 손을 멈추고 저도 몰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구도운과 함께한 3년 동안 그는 진심으로 서은수를 아껴주고 뼛속 깊이 사랑했다. “하하, 형! 서은수가 만약 내가 형인 척하고 이렇게 오래 가지고 논 걸 알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난리 나겠지?” “걔 늘 잘난 척만 하던 애 아니었어? 자기 남친 동생한테 3년이나 놀아난 걸 알면 표정이 어떨지 정말 볼만하겠다.” 남자들의 악의가 담긴 웃음소리가 서은수의 두 귀를 때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걸음을 옮기며 룸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서은수는 구도운 곁에 앉아 있는,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와 마주했다. 외모는 물론, 헤어스타일부터 눈가에 있는 눈물점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 남자, 구도영이 픽 웃으며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았다. “그러게 누가 승아 괴롭히래? 승아는 우리 형이 제일 아끼는 사람이잖아. 서은수는 톡톡히 벌 받아야 해. 가장 행복한 순간에 지옥을 맛보게 하는 거지... 형도 참 고생이 많아.” 주변에서 평상시에 서은수를 형수님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굴던 남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놀려댔다. “도영아, 네가 고생 많다. 몇 년 동안이나 육체노동을 했으니!” “하하, 얼굴만 안 본다면 나도 그 육체노동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서은수 그 얼굴에 그 몸매라니, 쯧쯧. 결혼식 끝나고 걔 만약 미쳐버리면 우리한테 먼저 좀 넘겨주라. 실컷 갖고 놀게.” “도운이는 승아 때문에 이런 계획까지 세우고 3년 동안 같이 연기하며 제 몸까지 지켰어? 요즘 세월에 이런 순정파도 있었네.” 구도운, 구도영, 강승아. 서은수는 머리가 윙윙거리고 온몸의 피가 굳어버린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통제할 수 없이 몸이 떨려왔다. 충혈된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행복이라 믿어왔던 사랑은 모두 거짓이었다. 강승아라는 집단 따돌림 가해자를 위해서 서은수에게 덫을 쳐놓았던 것이다. 한때 강승아라는 악몽에서 놀라 깨어날 때면 구도운이 항상 품에 안고서 괜찮다며, 두려워하지 말라며 달래줬는데... 괴롭힘을 당했던 아픈 과거를 이야기할 때면 구도운이 항상 위로해주고 안심시키며 심리 상담까지 받게 해주었는데... 서은수는 차마 믿기지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받던 순간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이토록 선명한데 어떻게 전부 거짓이란 말인가? 룸 안의 말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승아 곧 귀국할 테니 도운이 너도 이제 계속 비행기 탈 필요 없겠네. 매주 날아다니는 것도 엄청 지겨웠겠다.” “3년 동안 롤플레이 하다가 이제 드디어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야? 우리 형 외국 나갈 때마다 내가 항상 서은수 달래줬잖아...” “너희 둘 목소리가 다른데 걔 그동안 전혀 눈치 못 챘어?” 구도영이 야유를 날렸다. “걔는 그냥 멍청한 년이야. 내가 일부러 목소리 깔고 인후염이라고 하면 매번 얼마나 걱정하면서 챙겨주는지 알아? 아침 일찍 일어나 꿀물에 생강차에 줄줄이 갖다 바친다니까.” 또다시 요란한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이때 구도운이 대뜸 말을 끊었다. “됐어, 그만해. 결혼식 끝나거든 나 은수한테 평생 걱정 없이 살 만큼 보상금 두둑이 챙겨줄 거야.” “도운이 너 설마 서은수 신경 쓰는 거야?” 서은수는 심장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숨죽이고 저기 저 고결한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2초 후, 구도운이 경멸하듯 픽 웃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도영이는? 3년이나 잤는데 정이라도 든 건 아니겠지?” 구도운이 구도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편 구도영은 질색하며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3년이면 질릴 만큼 질렸어. 그냥 형이 할래?” 구도운이 싸늘하게 웃었다. “더럽잖아. 됐다. 이 결혼식은 서은수가 먼저 원한 거고 돈 주는 건 괜히 걔가 날 귀찮게 할까 봐 그런 거야. 시간이 촉박하니 너희들이 좀 도와주라. 일주일 뒤, 진실을 까발린 후 바로 승아한테 프러포즈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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