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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날 밤, 천운 그룹은 이례적으로 공고를 하나 발표했다. [사랑받지 못한 자가 제삼자]라는 타이틀에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을 향한 경고장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천우진은 직접 나서서 이 내용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고 심지어 메인 페이지 상단에 고정해 두기까지 했다. 불과 몇 분 만에 이 공고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또한 임채아가 댓글 알바를 동원해 임유아의 댓글 창을 미친 듯이 공격했다. 댓글 알바는 찐 사랑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돌아다녔다. [아이도 못 낳으면서 자리도 양보 안 하네? 일부러 그러는 거죠?] [결국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떠나지 못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임채아가 제삼자라고 뒤집어씌우다니, 당신이야말로 남의 사랑을 빼앗은 제삼자예요.] [임유아 천씨 가문에서 나가. 임채아에게 명분 돌려줘.] 처음에는 임유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하찮은 꼼수라고 여겼고 심지어 대응할 생각조차 없었다. 다행히 분별력 있는 누리꾼들이 나서서 그녀를 대신해 물타기 세력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로부터 세 시간이 지난 후, 천우진이 경호원 수십 명을 대동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아야, 제발 말 좀 들어. 네가 제삼자라고 성명만 발표하면 모든 일은 여기서 끝나는 거야.” 그가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려 하자 임유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 눈빛에는 명백한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 “우진아, 대체 내가 왜 근거도 없는 죄명을 인정해야 하지? 제삼자가 누구인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 임유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이에 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었다. “채아 네 동생이야. 비난을 견디지 못하는 걸 뻔히 알면서 언니인 네가 좀 더 너그러워질 순 없어?” 그는 지친 듯 그대로 뒤쪽 소파에 몸을 기댔다. “예전에는 이런 사소한 일로 따지지 않았잖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천우진의 눈빛은 꼭 마치 임유아만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삿대질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팔짱을 끼고 빨간 입술을 살짝 벌리며 반박했다. “그러는 너도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오진 않았어. 최소한의 도리는 따져야지, 우진아. 내가 일일이 따지는 게 아니라 네 마음이 기울었다는 걸 왜 인정 못 해?” 임유아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소파 위의 노트북을 집어 들고 떠나려 했다. 이때 문 앞의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유아야, 내 탓 하지 마.” 천우진의 차갑고 온기 없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곧이어 다른 경호원들이 유리 진열장을 꺼내왔다. 임유아가 공포에 질린 두 눈으로 시선을 올리자 유리 진열장 위의 트로피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총 27개 트로피, 이 트로피들 하나하나가 그녀의 노력과 수년간의 성취를 상징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부부로 지내왔기에 그녀는 천우진의 의도를 단번에 간파하고 노트북 가방을 내려놓고서 황급히 트로피들을 챙기러 갔다. 천우진은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짓누르며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유아야, 이 세상에서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나 말고는 오직 이른바 ‘성취 트로피’들뿐이지. 만약 저것들이 전부 부서진다면 넌 엄청 슬퍼할 거야. 그렇지?” 임유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짤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첫 번째 트로피가 경호원의 망치에 의해 부서졌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그녀의 몸도 서서히 온기를 잃어갔다. 심장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꽉 쥐어진 듯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아팠다. 천우진이 애처롭게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유혹하듯 말했다. “유아야, 지금 당장 성명을 발표해서 채아에 관한 모든 비난을 네가 대신 인정하면 남은 트로피들을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는 임채아가 자신의 커리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이 트로피들을 목숨처럼 여긴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협박하고 강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차피 임유아는 그를 너무 사랑하니 시간이 지나면 기분이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다시 잘 달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터였다. 잠시 후, 임유아는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진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부서진 트로피 조각들을 집으려 손을 뻗었지만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황량하고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이겼어. 성명 발표할게. 네가 원하는 대로...” 마침내 천우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나는 제삼자이고 임채아는 피해자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시했다. 노트북을 덮는 순간, 임채아는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 “이제 됐니? 또 무슨 죄를 더 뒤집어씌울 생각이야? 이참에 다 말해!” 그녀의 비정상적인 감정 상태 때문인지 천우진은 괜히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경호원들을 물러가라고 손짓하곤 이제 막 임유아를 위로해주려고 소파에 앉으려 했는데 마침 임채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천우진은 그녀에게 미안함이 섞인 눈빛을 내던지고는 초조한 얼굴로 서둘러 떠났다. 임유아는 어지럽혀진 방을 정리하고 홀로 지하로 내려갔다. 두꺼운 금고를 열었는데 안에는 세 개의 신비로운 서류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임채아에 관한 약점이자 천우진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 증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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