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장 기억 안 나

왜인지 배지훈이 계속 나를 적대시하는 것 같았다.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대학교 때 배지훈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았었다. 그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좋다고 달려드는 여자들도 꽤 있었다. 배지훈은 당연히 그런 여자들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나한테 그 여자들에 관해 말하지 않았고 그저 오늘 상대방을 거절했다고, 더는 엮이지 않는다고 했었다. 전에는 그가 젠틀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당장이라도 날 누구라고 생각했는지 떠오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날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너무 잘 생겨서 문제라니까.' 나는 차분하게 그한테 설명했다. "회사에도 규정이 있어, 낙하산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내 여자 친구인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배지훈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네 여자 친구라고? 난 네 와이프야!" "아니야!" 내가 자기 와이프라고 하자 배지훈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네가 맞다고 해도, 분명 내가 쓰러져있는 동안 수치스러운 짓을 했을 거야!" "나한테 여자 친구는 하나야, 내 여자 친구는 꽃을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하고, 디자인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로맨틱한 걸 좋아해, 넌 뭘 좋아하는데? 날 좋아한다고 하지 마!" "강하연, 똑똑히 들어, 난 여자 친구가 있어, 더는 귀찮게 하지 마, 안 그러면 가만 안 둬." 옆에 있던 민여정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모두 그녀가 대학교 때 다이어트를 하느라 별로 먹지 않았고 밥도 양을 정해서 먹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가족이 사이가 별로 안 좋아서 학교에서 조직한 여행도 한 번도 간 적 없었다. 게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남자 친구를 사귀었는데, 너무 로맨틱하다고, 자기랑 안 맞는다고, 차라리 배지훈처럼 현실적인 게 낫다고 했었다... 배지훈은 말한 건 모두 내가 좋아하는 거였지만 그는 그걸 다른 여자로 착각한 거였다. 배윤성이 또 나섰다. "작은형, 미친 거 아니야..." "네가 미쳤어! 너 출국하는 거 아니야?" 배지훈은 마음에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