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장 피를 나눈 아이

"배지훈, 너 미쳤어?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작은어머니가 얼른 그를 말렸지만 그는 바로 뿌리쳤다. 어르신은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지훈은 우리를 모두 훑어보고는 문 어구로 가서 다시 민여정의 손을 잡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민여정뿐입니다, 무조건 이혼할 겁니다." "이혼 협의서는 변호사한테 작성하라고 하고 너한테 보낼게, 좋게 헤어지자고." 그러고는 민여정을 데리고 떠났다. 나는 묵묵히 가서 문을 닫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마음을 많이 다쳤더니 더 속상해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어머니는 입을 뻥긋거리더니 한참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 기억이 돌아오면..." "언제 돌아오는데요?"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표정 없이 물었다. 의사가 한 달 정도면 된다고 했지만 한 달이 거의 되어가는데, 그는 민여정을 더 사랑했고 나를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무조건 그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어르신은 심호흡했는데 나는 그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제야 어르신은 입을 열었다. "하연아, 지훈이가 너한테 잘못한 거야, 나중에 보상하라고 할게, 하지만 아이는..." "무조건 지워야 해요, 할아버지도 아시잖아요." 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참았다. 나는 배지훈이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너무 잘 알았다. 지금 그한테 가족이 있다고 해도 그는 자기와 피를 나눈 자식을 원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나는 가족도 없으니 나만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는 남길 수 없었다. 작은어머니도 안쓰러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연아, 너희는 아직 젊으니까 몇 년 지나서 다시 아이 가져도 괜찮아." "지금 마흔이 넘는 여자들도 아이 임신하더라고, 걱정 마." 나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마흔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서재의 분위기는 순간 이상해졌고 그때 손님을 보내고 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