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장 사랑에는 조건이 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찔려하는 눈빛을 보았는데, 그제야 나는 성문걸의 추측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지훈은 뇌를 다쳤지만 신경은 다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민여정이 손을 썼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정말 대단했다. 모두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의사의 검사도 피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정말 그녀의 말대로 하늘도 그녀를 도와줘서 이런 기회를 줬을 수가 있었다. 그녀가 말하지 않자 나는 다시 물었다. "지훈이 해칠 거야?" "전에 애인이 독을 탔었는데, 독소가 3년이 걸려야 완전히 없어진대." "전에 나를 구하기 위해 광석 방사능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 "지금 나한테 지훈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랑하는 거야?" 민여정은 갑자기 일어나 원망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럼 뭐? 지훈이가 기억도 못 하잖아!" "민여정, 지훈이는 더는 무리하면 안 돼, 몸이든 정신이든 말이야." 나는 너무 터놓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그녀도 자극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래도 대학교 4년 동안 같이 살았기에 나는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역시나 배지훈이 문제가 있다고 하자 민여정은 잠깐 고민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물러서고, 지훈이가 나한테 일편단심이면, 절대 해치지 않을게." 그녀는 무표정으로 나를 힐끗 보고는 바로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 "민여정, 지훈이가 모두 기억해 내면?" "만약 예전의 배지훈으로 돌아가면, 해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어?" 내 말을 듣자 그녀는 멈칫했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나는 그녀가 봐주지 않을 것 같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사랑에는 조건이 있었다. 그녀는 그녀와 배지훈 사이에 나라는 시한폭탄이 없기를 바랐다. 그녀는 배지훈이 자기만을 사랑하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를 사랑하기를 바랐다. 배지훈이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무조건 그녀한테 일편단심이기를 바랐다. 그녀는 원하는 게 정말 많았다. 만약 배지훈이 정말 기억해 내면 그녀는 그를 망쳐버릴 것이었다. 성수지가 병원에 날 찾으러 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