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장 재수 없는 년

하룻밤 자고 나니 나는 정신이 맑아졌다. 구연서가 아침 일찍 병원에 날 데리러 왔고 가는 길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입을 뻥긋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서야, 걱정 마, 나 괜찮아." 회사에 도착하자 나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오히려 내 손을 꽉 잡았다. "네가 억울하잖아! 배지훈이 반드시 후회할 거야!" 나는 그거 고개를 저었다. 어제 성수지도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후회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가 지금 이 순간만 후회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나는 먼저 인사팀에 가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 디렉터님, 정말 사직하게요? 더 고민해 보지 않고요?" "디렉터님이 가시면, 이 프로젝트가 혹시..." "그러지 못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나 오늘 바로 가요." 나는 그녀의 뜻을 알고 있었다. 만약 내가 떠나면, 프로젝트의 문제를 내가 뒤집어쓸까 봐 그러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민여정이 감히 그러지 못한다고 믿었다. 나를 건드리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그녀가 누구보다 무서워하기 때문이었다. 사무실로 돌아가자 모두 일어섰다. "디렉터님, 정말 가시게요? 가시 마세요!" "사직하라고 협박했어요? 그런 거예요?" "하연 언니, 어디 가, 나도 갈래, 이 일 안 해!" "하연아, 혹시 사인한 서류로 널 협박했어? 젠장, 네가 우리 대신 뒤집어쓰게 할 수 없어!" 모두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일을 그렇게 오래 했고 또 모두 바보가 아니었기에 민여정의 큰 그림을 모두 알고 있었다. 디자인팀뿐만 아니라, 문 어구에서 구경하러 온 동료들이 가득했는데, 다들 날 보는 눈빛에 동정이 가득했다. 남편이 밀어서 유산했고, 남편이랑 남편 애인한테 당하고, 지금 쫓겨나는 대표 사모님이라, 정말 동정이 필요한 존재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고, 내가 정말 드라마 속 비참한 여자 주인공 대표가 된 것 같았다. 다들 내가 암에 걸린 것까지 알게 되면, 난 정말 최강 비극의 여자 주인공이 될 것이다. 다시 머리를 들었을 때, 나는 웃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