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0화
“정말 잘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가요? 이 많은 돈을 왜 그냥 포기해요?”
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노인은 돈만 밝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직원이 공정하게 처리해 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했다. 홀로 손자를 키우려면 재산 분할로 받을 돈이 필요하지만 동영신이 정말 그대로 이행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노인은 긴 소송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동영신은 전직 교사 출신이라 주변에 든든한 인맥도 있으니 재판이 그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에 비해 노인은 감옥에 간 아들 외에 마땅히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재산분할을 원한다고 해도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어차피 받지도 못할 돈이니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노인이 바라는 건 빨리 이혼을 마무리하고 이 집과 연을 끊는 일이었다.
그래야 열심히 일해서 손자의 학원비라도 보탤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몰래 가져간 돈이 절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노인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돈은 필요 없어요! 지금은 당장 저 인간이랑 이혼하고 싶어요!”
직원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처리해 드릴게요.”
말을 마친 직원은 동영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르신, 신분증이랑 호적등본 주시죠. 이혼 절차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싫어! 난 이혼 안 해! 우리… 다시 상의해 보자….”
동영신은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사실 10년을 같이 살면서 이미 아내의 보살핌과 내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
열 살 연하인 그의 아내는 결혼할 때 고작 40대 중반이었고 젊었다. 그때는 여자가 절실히 필요했고 외모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아내는 집안 일도 잘했고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다.
돈을 안 주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굳이 옷을 사주지 않아도 다른 여자들처럼 떼를 쓰지도 않았다.
매일 정해진 금액으로 장을 보고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장부도 착실하게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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