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일 언제 끝나
금방 여원에 들어와서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문지원이 협상을 하러 간다면 레드플래닛에서도 여원의 생각을 알아채기 어려울 것이다.
문지원이 그간 쌓아온 실력으로 일부러 오해할만한 말까지 한다면 레드플래닛의 경계를 허무는 건 시간문제였다.
대출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 자체가 도박인데 그런 판에서 마지막까지 웃는 자는 늘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어마어마한 빚만 떠안게 된다는 걸 레드플래닛이 모를 리 없었기에 그들에게도 여원의 제안은 아주 솔깃할 것이다.
“내 비서 데리고 가.”
“대표님 비서를 제가 데리고 가는 건 좀 그렇죠.”
그의 비서를 데리고 가면 여진우가 이 협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들킬까 봐 거절한 건데 여진우의 포인트는 다른데 있는 듯했다.
“문소정, 너 지금 외간남자랑 단둘이 만나겠다는 거야?”
“룸도 아니고 그냥 레스토랑 홀에서 만날 거에요. 시간도 점심인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
여진우가 답을 하지 않자 그걸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인 문지원은 자료를 챙겨서 회의실을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더 일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인 6시가 되어있었다.
‘일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저씨는 이미 퇴근했겠지?’
여진우가 아침에 태워준 것만 해도 고마웠기에 문지원은 그에게 자신을 기다려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회사 내에서 여진우와 함께 있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이상한 말들이 오갈 게 안 봐도 뻔했기에 문지원은 조용한 회사생활을 위해 여진우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입술을 말아 물며 다시 일에 열중했다.
별장에 가면 또다시 안세영을 마주해야 했기에 문지원은 집보다 회사가 더 편했다.
‘혹시 알아, 야근하면 여진우가 야근 수당이라도 더 줄지.’
그렇게 한참을 일하던 문지원이 물을 마시려고 손을 뻗었는데 물컵이 텅 비어있었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있는 여진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 대표님?”
“일 언제 끝나?”
검은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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