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나야. 아빠
다행히 여진우는 차가 많아서 키를 안 가져온 차 말고 다른 차를 몰면 됐다.
샤워를 마친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비누 향이 났고 빽빽하고 짧은 머리카락은 완전히 말리지 않았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지는 않았다. 머리카락이 순종적으로 이마에 드리워지자 여진우의 날카로운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져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차에 타자마자 그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여진우는 처음에는 참을성을 가지고 두 통의 전화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무음으로 설정해 뒷좌석에 던져버렸다.
“업무 때문에 걸려온 전화에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문지원은 여진우가 회사를 차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그의 성격이 사장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참을성도 없고 짜증도 잘 내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특히 싫어하니 사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여진우에게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골동품 수집하는 노인네들이야.”
여진우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신호 대기 중에 문지원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맞다, 전에 대출받아서 사들인 골동품, 남은 건 네가 처리해.”
“제가요?”
문지원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러느니 비서 시키는 게 낫지 않아요?”
“네가 낸 아이디어니까, 네가 뒷수습해야지.”
여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부부 공동 재산이니까 네가 해결하는 게 제일 적합해.”
“...”
여진우는 아예 휴대폰을 가져와 자기 유심을 빼냈다.
“나도 조용히 있고 싶어.”
문지원은 그 작은 유심을 바라보며 차마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유심을 이렇게 막 줘도 돼요?”
‘이렇게 사적인 물건을!’
“응, 겸사겸사 조사해 봐. 내가 어젯밤에 어디에 있었는지.”
...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문지원은 유서연에게 불려 갔다.
오늘따라 5팀에는 신입 프로젝트 분석가가 무려 두 명이나 들어와 그녀의 눈도장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세명 그룹에서의 경험 덕분인지 문지원은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돌이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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