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사랑에 빠진 놈은 답이 없어

여진우가 어깨를 툭 으쓱였다. “그 시간에 돈이나 더 벌어둬. 나중에 우리 아들 돌잔치 초대할 테니까, 빈손으로 오지 마라.” 신명준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야, 도대체 애를 몇이나 낳겠다는 거야? 내가 파산이라도 하게?” “열댓 명쯤?” “...” 대꾸도 못 한 채 신명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대로 문을 ‘쾅’ 닫고 나가면서 한마디 던졌다. “역시... 사랑에 빠진 놈은 답이 없다니까.” 그는 복도를 걸으며 어안이 벙벙했다. ‘한때 베나스에서 누구도 감히 눈을 못 마주치던 여진우가 지금은 연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신명준은 머릿속이 복잡해진 얼굴로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오늘은 술 좀 마셔야겠다.’ 이 충격을 해소하려면 꽤 센 도수의 술이 필요할 것 같았다. ... 동창회가 열리는 식당은 여원 그룹 본사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퇴근하자마자 문지원은 유서연에게 거의 끌리다시피 차에 올라탔다. 꼭 도망이라도 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간다고 했잖아. 도망 안 간다니까.” “그게 아니라, 그냥 우리 좀 일찍 도착해서 네가 좀 더 오래 앉아 있으면 좋잖아.” 문지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내가 가서 분위기 망칠까 봐 걱정이야.” 졸업 이후 문지원은 동기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나마 유서연만이 예외였는데, 그것도 서로 직업상 접점이 있어서였고 무엇보다 유서연이라는 사람이 워낙 적극적인 성격이었기에 그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다. 문지원은 원래 말수가 적었다. 그런 그녀와 관계를 이어가려면 유서연처럼 끈기 있게 다가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도 괜히 도도하다는 오해를 사기 쉬웠고 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세명 그룹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식 자리에서 문지원은 늘 말없이 앉아 있었고 옆자리에 앉은 심무영이 대화의 대부분을 이끌었다. 그녀는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밥만 먹고 조용히 빠졌다.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