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윤채원은 배유현이 이런 오해를 할 줄 몰라 미간을 찌푸렸다.
현관 앞에 놓인 슬리퍼는 진도준의 것이 아니었다.
혼자 사는 엄마로서 이 오래된 아파트에서 조금은 체면을 차려야 했기에 그녀가 직접 사서 두었던 것이고, 베란다에 걸린 남성복은 진정숙 집의 옷장에서 가져다 걸어둔 진도준의 것이었다.
윤채원은 그렇게 하면 조금 더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관 앞 슬리퍼는 손님이 왔을 때 신을 수 있으니 장식용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삼 년 넘게 놓아뒀어도 멀쩡했던 슬리퍼가 최근 들어 이상하게 구멍이 나 있었다.
CCTV도 며칠 전 방전되어 이제 막 충전을 했지만 아무것도 찍히지 않아 누가 장난을 친 건지 알 수 없었다.
윤채원은 배유현이 자신과 진도준이 결혼했고 윤아린이 진도준의 딸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오해 덕분에 배유현이 오히려 윤아린이 자기 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가장 익숙했던 사람이 이렇게 낯선 존재가 되어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어쩌면 그녀가 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
윤채원은 화장실 쪽을 힐끗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안전 의식은 당연히 있죠. 그러니 배 선생님은 이만 가주시겠어요?”
그녀에게 가장 안전하지 않고 불안정한 존재는 바로 배유현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윤채원을 향해 걸어왔다.
오늘 밤 윤채원이 입은 연한 청색 니트는 그녀를 차분하게 보이게 했고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하얀 목선을 따라 쇄골까지 내려왔다.
그녀는 이 모습을 장윤호가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렇게 늦은 밤 남자가 그녀 집에 있는 건 밤이 깊어 조용해진 틈을 노려 뭔가 하려는 건가? 남자가 뭔가를 하려 한다면 또 어쩌지도 못하면서. 아니면 이미 서로 동의하는 사이일지도?’
배유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윤채원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배유현 씨, 오늘 밤 윤아린을 데리고 나가서 즐거운 생일을 만들어 준 건 정말 고마워요.”
이번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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